중국은 현재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 수출이 늘면 한국 수출도 뛰는 시절이 이어졌다. 2010년 한국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대였지만 2018년 26.8%로 정점을 찍은 뒤 요즘엔 23%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수출의 4분의 1가량을 중국이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러시아는 수출 비중이 1.5% 가량에 불과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지역에 에너지 대란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다.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충격은 약하지만 유럽을 통한 간접적인 충격이 훨씬 더 강할 수 있다. 한국 수출에서 중국·미국·유럽연합(EU)이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육박할 정도로 한국 무역은 특정 지역에 쏠려있다. 그만큼 이 세 지역의 경제가 흔들리면 한국 경제는 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한국은 무역으로 먹고사는 개방형 통상국가인데다 특정 국가와 무역 쏠림까지 심하니 외풍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중·러 기업 내년 디폴트 급증 전망
중국 무역의존도 큰 한국에 영향
이제 세계경제 ‘영구적 위기’ 상황
경제 기초체력 높이는 노력 필요
중국 무역의존도 큰 한국에 영향
이제 세계경제 ‘영구적 위기’ 상황
경제 기초체력 높이는 노력 필요
중국은 이제 ‘세계의 공장’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경제 성장이 더디다. GDP 증가율은 올 1분기 4.8%, 2분기 0.4%, 3분기 3.9%를 기록했다. 미국의 대중 제재를 비롯해 중국의 코로나 봉쇄, 반기업적 정책,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결정된 뒤 중국에서 이념이 실용주의를 압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의 주된 관심사가 ‘정치적 의제’이다 보니 경제는 뒷전으로 밀릴 것이란 우려다. 이렇게 되면 정부의 기업에 대한 통제는 더욱 강화될 것이고 주춤하던 경제는 내리막길을 걸을 수 있다고 전문가는 진단한다. 특히 중국 경제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떠오른 부동산 문제는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미완성 상태로 방치된 주택이 중국에 200만채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또 인플레이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과 유럽국가는 중앙은행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면서 내년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여파는 한국 경제에 고스란히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한국 수출은 5.7% 감소했다. 2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무역수지는 7개월 연속 적자다. 중국 수출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기초자원이 부족한 한국이 개방형 통상국가로 갈 수밖에 없다면 펀더멘탈(기초체력)이 튼튼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외풍에서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나무가 돼야 한다. 우선 특정국에 쏠려 있는 무역을 다변화하고 초크포인트(chokepoint), 즉 핵심기술을 국내에서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면 한국 경제는 더욱 뿌리 깊은 나무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선 기존 관행에 안주하려는 데서 벗어나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 핵심기술을 발전시키는 기업에 대한 과감한 인센티브도 뒤따를 필요가 있다. 영국 콜린스 사전이 ‘2022년 올해의 단어’로 ‘영구적 위기(permacrisis)’를 선정했다. 영구적 위기 상황에선 ‘최상을 희망하지만 최악에 대비하는’ 자세를 가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