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글부글 엿새 만에 주호영 힘실은 친윤…“국조는 이재명 방탄”

중앙일보

입력 2022.11.14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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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배(왼쪽부터), 정우택,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주호영 원내대표 주재 국민의힘 3선 이상 중진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재선 이상 의원들이 야당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시점에 더불어민주당이 국정조사를 요구한 것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위험)를 방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4일 3선 이상 중진 의원들, 재선 의원들과 각각 간담회를 갖고 국정조사 관련 의견을 수렴했다. 주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는 경찰 수사 뒤 논의할 일”이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169석의 민주당이 정의당·기본소득당과 함께 국정조사 요구서를 강행 처리할 수 있는 우려가 커지고 “야당과 조사 대상 등을 협상하는 게 낫다”는 현실론이 고개를 들자 당내 의견을 취합하기 위해 간담회를 열었다.
 

“어떻게 국민적 슬픔을 정치화하냐”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14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중진의원 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전 열린 중진 의원 간담회 뒤 주 원내대표는 “중진 의원들 17명이 모였는데 이구동성으로 국정조사 요구는 민주당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막기 위한 정략적 목적의 요구이기 때문에 단호히 참여하지 않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은) 어떻게 국민적 슬픔과 비극을 정치화할 수 있냐”며 “그 문제에 관해 중진 의원들의 강력한 성토가 있었다”고 전했다. 장제원 의원도 “민주당이 이태원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행태이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는 게 중진 의원 대부분의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오후에 열린 재선 의원 간담회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간담회가 끝난 뒤 주 원내대표는 “(경찰) 수사 이후에 미진한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지 국정조사보다 더 한 것도 할 수 있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며 “원내대표단이 상황에 따라서 선택해달라는 일종의 위임 결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국조 해도 출석자들 답변 못해”

14일 오후 광주 서구 유스퀘어 광주종합버스터미널 광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광주광역시당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ㆍ특검추진 범시민 서명운동 발대식에서 임선숙 최고위원(오른쪽)과 이병훈 광주시당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 의원들이 민주당 요구에 반대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국정조사가 오히려 경찰 수사를 방해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걸 어렵게 한다”는 데 있다. 재선 의원 간담회를 주재한 정점식 의원은 “수사 중에 국정조사가 진행된다면, 국정조사에 출석한 분들이 대부분 수사 대상자일 건데 ‘수사 중이기 때문에 답변 드릴 수 없음을 양해해주길 바란다’라는 답변밖에 못한다. 그럼 국정조사의 실익이 뭐가 있냐”고 물었다.
 
주 원내대표도 “제 경험에 비춰보면 국정조사가 정쟁으로만 흘렀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세월호 사고, 대구 지하철 화재 때 정치권은 정쟁에만 휩싸여서 정작 필요한 재발 방지엔 소홀히 하는 패턴을 좀 고쳐야겠다고 봤다”며 “세월호 사고의 경우 9차례나 위원회를 만들어 조사했지만 처음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에서 벗어난 게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 시스템에 맡겨서 철저히 수사를 하고, 우리는 재발 방지라든가 시스템 정비에 주력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힘 실린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주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대통령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과 김은혜 홍보수석을 퇴장시켜 일부 친윤(친 윤석열)계 의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이날 대다수의 재선 이상 의원들이 주 원내대표의 기존 주장에 찬성하면서 “주 원내대표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국민의힘 상임고문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당내 전폭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원내 협상에 힘이 실리는데 비례대표 초선까지 나서서 원내대표를 흠집 내는 것은 참으로 방자하고 못된 행동”이라고 쓰기도 했다. 의원총회에서 “여당이 장관 하나 못 지켜주냐”는 식으로 주 원내대표를 비판한 초선 이용 의원을 겨냥한 것이다.
 
다만, 이날 간담회에서 이견이 없었던 건 아니다. 권은희 의원은 “이번 참사는 작위보다는 부작위, 미흡보다는 대비 없음에 그 원인이 있다, 국민들 역시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주 원내대표도 이 인식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일부 다른 의원들도 “예산안 처리 등에서 민주당의 협조가 필요하니, 민주당의 협조를 받는 조건으로 국정조사를 검토해볼 필요는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강한 반대 의견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조경태 의원은 “여론의 찬성 비율이 높은 검경합동수사본부를 만들자”는 대안 의견도 제시했다고 한다.
 

정진석, 당무 감사 본격화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오전 국회 주호영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3선 이상 의원 중진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와 3선 이상 중진의원들은 이날 야당의 '이태원 압사 참사' 국정조사 요구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한다. 연합뉴스

 
한편 정진석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전국 당원협의회(당협)에 대한 본격적인 감사에 착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무감사위원장엔 이성호 전 국가인권위원장을 추천했다. 정 위원장은 중진 간담회에서 이 내용을 보고했는데 일부 의원들은 “선출된 대표가 아니라 비대위가 당무 감사를 한다고 하면 괜한 오해를 부를 수 있으니 사고 당협에 대해서만 감사를 진행하라”며 반발했다고 한다. 여권에선 당무 감사 뒤 성적이 나쁜 당협위원장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당내 주류와 비주류 간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