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116개 개인 서비스 품목 중 106개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가격이 올랐다. 비율로 따지면 91.4%에 달한다. 서비스 품목 중 실제 가격이 내려간 건 자동차보험료·취업학원비 등 4개 품목에 불과했다. 나머지 상승률 0%를 기록한 건 시험응시료·금융수수료와 같은 사실상 오랜 기간 가격 변동이 없는 품목이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5.7%였는데 개인 서비스 물가는 같은 기간 6.4% 올랐다. 전체 평균 물가보다 더 가파르게 올랐다는 의미다.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9월에도 지난해 같은 달 대비 6.4%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4월(6.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개월째 6%를 밑도는 등 정점을 통과했다는 분석이 정부 안팎에서 나오지만,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하락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개인 서비스 중에서도 외식비가 8.9% 오르면서 상승세를 주도했다. 짜장면(13.2%), 김밥(13.0%), 햄버거(12.0%) 등 비교적 싼 가격에 끼니를 해결할 수 있어 대표적 서민 음식으로 꼽히는 메뉴 가격이 1년 새 10% 이상 올랐다. 국제 곡물 가격 상승으로 밀가루 등 주재료 공급가격이 치솟은 탓이다.
외식을 제외한 서비스 가격도 꾸준한 오름세다. 특히 소상공인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된 세탁·목욕 등의 요금 인상률이 일제히 10%를 넘었다. 1년 전과 비교해 지난달 세탁료가 11%, 목욕비는 10.6%, 이발비는 5.8% 상승했다. 이들은 일상생활에 밀접한 일종의 필수 서비스라는 점에서 소비자의 물가 체감도는 클 수밖에 없다. 서비스 품목 중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은 건 국내 단체여행비(26.0%)였다. 거리두기 해제로 여행 수요가 폭증했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이어진 가공식품 가격 상승이 누적된 영향도 크다. 여기에 일자리 미스매치로 인한 구인난까지 겹치면서 인건비가 상승한 것도 가격 인상을 불렀다. 서비스 가격은 한번 오르면 다시 내려가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어, 고물가 장기화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변수다.
미국도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7.7% 상승하면서 8개월 만에 7%대로 내려왔는데 서비스 물가는 크게 꺾이지 않았다. 전월 대비 상승률로 봤을 때 에너지를 제외하곤 외식 물가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교통 서비스가 뒤를 이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자재·유가에서 시작한 연쇄적 물가 상승 영향을 가장 마지막에 받는 건 개인 서비스 요금”이라며 “연쇄적인 인플레이션이 서비스로 전이돼 장기화하거나 추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