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표만 보면 시장은 한고비를 넘겼다. 지난 11일 달러당 원화가치는 1318.4원으로 마감하며 1200원대에 바짝 다가섰다. 불과 5거래일 동안 원화 ‘몸값’이 100원 넘게 올랐다(환율은 하락). 그날 코스피도 2483.16원에 거래를 마치며 2500선 회복을 눈앞에 뒀다. 2100선 붕괴를 걱정했던 9월 말과 반대 상황이다. 한국의 국가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11일 기준 55bp(1bp=0.01%)로 내려앉았다. 3일 75bp로 10년래 최악이었는데 최근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은 이미 굳어지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성장률 예상치를 2.3%에서 1.8%로 지난 10일 하향 조정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1.7%로 예상하고 있고, 증권가에선 1%대 중반 성장 전망(교보증권 1.5%)까지 나왔다.
한국이 상품 교역으로 달러를 얼마나 벌어들이고 있는지 뜻하는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는 빠르게 악화하는 중이다. 올해 들어 10일까지 누적된 무역수지 적자만 376억 달러(약 50조원)에 이른다. 원자재 수입 가격이 크게 뛴 탓인데 수출 경기마저 위축되고 있어 내년 전망은 더 어둡다.
소비도 다시 얼어붙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매판매는 1년 전과 견줘 0.4% 감소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에 따른 보복 소비로 소매판매가 내내 늘었던 상반기와는 온도 차가 컸다. 여전히 높은 물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는 금리 등 영향이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신용(부채) 비율은 114.5%에 이른다. 2008년 95.1%보다 높을 뿐 아니라 외환위기 때인 1997년(107.1%), 1998년(108.5%)까지 웃돈다. 가계ㆍ정부부채도 10여년 전 금융위기 때보다 큰 규모로 증가했다. 저금리에 취해 기업ㆍ가계ㆍ정부 할 것 없이 빚을 크게 늘렸는데 최근 높은 금리로 역풍을 맞는 중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세계 금융시장만 보고 한국 상황을 예단해선 안 된다”며 “부채 문제와 경제 양극화가 과거보다 한층 심해진 만큼 ‘약한 고리’에 대해 면밀히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김 교수는 이어 “특히 건설ㆍ부동산과 이와 연계한 제2 금융권 부실화가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 부문에 대한 면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