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대에는 말티재를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하는 관광객이 많았다. 그 중엔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타고 고갯마루에 올라 간식과 차로 허기를 달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대전에서 온 윤여송(85)씨는 “탁구동호인들과 말티재로 단풍 구경을 왔다”며 “사진으로만 보던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전망대에서 직접 볼 수 있어 좋았다. 말티재 곳곳을 둘러본 뒤 법주사에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열두 굽이 고갯길 장관
말티재에는 2020년 8개 코스(1683m)로 만든 속리산 집라인도 있었다. 집라인은 꼬부랑길에서 산등성이 사이를 안전줄로 잇는다. 집라인의 마지막 관문인 8번 코스(445m)는 말티재 정상과 연결돼 있다.
‘주르륵’ 소리가 나서 위를 올려다 보면, 집라인 이용자가 “와”하면서 내려 오는게 보인다. 탄성인지 비명인지 구분 어려운 외침이 골짜기에 부딪힌다. 안전요원이 먼저 오면 4명의 이용자가 차례로 줄을 타고 내려왔다. 정영철(59)씨는 “1번 코스에 오를 땐 다리가 떨릴 정도로 무서웠는데, 산을 몇 번 건너니까 적응됐다”며 “하늘에서 산 공기를 실컷 마시고 나니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과거 수학여행 명소 말티재
말티재는 과거 속리산으로 가는 길목이었다. 해발 430m인 정상까지 180도로 꺾어지는 굽잇길을 열두 번 돌아야 정상에 닿을 수 있다. 말티재란 이름은 ‘높은 고개’란 뜻에서 붙여졌다고 한다. 조선 7대 왕인 세조가 가마에서 내려 말로 갈아탄 뒤 고개를 넘었다는 유래에서 말티재로 불렸다는 설도 있다.
말티재는 속리산이 1970~1980년대 수학여행 명소로 꼽히며 덩달아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법주사나 속리산으로 향하는 관광객이 동학터널과 갈목터널을 이용하면서 말티재를 찾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었다. 변변한 쉼터도 없어서 사진 촬영이나 드라이브를 즐기는 일부 관광객이 말티재를 찾을 뿐이었다.
보은군이 말티재를 관광자원으로 본격 활용한 건 5년 전부터다. 한때 연간 200만명 이상이 찾던 속리산·법주사 관광권역이 경쟁력을 잃어가면서 관광객 유치를 위한 대안이 필요해져서다.
모노레일·스카이트레일까지…즐길거리 풍성
이후 속리산 집라인과 스카이트레일, 속리산 모노레일을 잇달아 준공했다. 모노레일을 타면 솔향공원에서 목탁봉까지 866m 구간을 15분 만에 오를 수 있다. 말티재 인근에 조성된 솔향공원에서는 스카이바이크가 인기다. 높이 2∼9m의 레일을 따라 소나무 숲 사이를 지나갈 수 있다. 군은 말티재 정상부터 속리산 방향 산기슭에 조성한 휴양·레포츠 시설을 묶어 속리산 테마파크로 홍보하고 있다.
김기환 속리산레포츠 팀장은 “집라인과 모노레일, 스카이바이크 같은 체험시설은 가족단위 관광객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며 “집라인 탑승객은 지난해보다 이용객이 2배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최재형 보은군수는 “말티재에 각종 레포츠 시설이 들어오면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모두 만족할 수 있게 됐다”며 “수도권이나 인근 도시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시책을 발굴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