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도 선물은 받지만 소유는 못 한다. 선물 대부분이 곧장 국립기록보관소 창고로 직행하곤 한다. 당시 기준으로 305달러 이상은 안 됐다. 그렇다면 강아지는? 발칸의 운명이 드러난 건 그로부터 1년 뒤였다. 그사이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먼저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직원이 국립기록보관소에 연락했다. “개를 가지러 올 수 있나요?” “도자기로 만든 개요?” “아뇨. 진짜 개요. 귀여워요.” “살아 있는 동물은 안 받아요. 귀엽든, 안 귀엽든.”
문 전 대통령, 반려견 보내며 법 탓
윤 대통령, 장관 질타에 "잘못했나"
정치·상식 대신 법 우선은 잘못
발칸 얘기를 왜 하는지 다들 알 것이다. 2주 전 이 지면에 ‘문 대통령 앞에 쌓이는 질문’을 쓰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풍산개 때문에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시행령이 바뀌었고, 또 바뀔 수도 있다고 전했다. 3월 개정에선 풍산개를 대통령기록관이 아닌 다른 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했고, 6월 입법예고에선 예산 지원 근거도 마련했다고 말이다.
문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종종 느꼈던, 정체성이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정치인보단 법조인이란 걸 다시금 절감한다. 상식으로 판단해야 할 때, 법률용어를 들이대며 자기방어에 치중하는 걸 보면서 말이다. 이번에도 “정치의 영역에 들어오기만 하면 이처럼 작은 문제조차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흙탕물 정쟁으로 만들어버리는지”라고 비난했지만 정작 문 전 대통령부터 잘못했는데 법 탓을 했다. 500여 년 전 피렌체의 한 지식인이 “산더미 같은 법률 서적이 그저 특정 사건을 자신의 이해에 맞추기 위한 법률가들의 도구”란 질타가 떠오른다.
윤석열 대통령은 나은가. 이태원 참사를 비롯해 최근 이런저런 논란을 대하는 자세를 보면 그 역시 법적 마인드가 강하며, 특히 정치적ㆍ도의적 책임보단 처벌 가능성만 중시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게 한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경질론을 두고 “잘못한 게 뭐냐”고 감쌌다니 더 그렇다. 이 장관은 경찰이 자기보호를 위해 팩트를 뒤섞곤 한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순진했다. 참사 초기 대응을 어렵게 한 치명적 실수였다. 윤 대통령은 그런데도 경찰만 뭐라는 듯 보인다. 주변에선 “의무가 없는데 책임을 물을 수 없지 않으냐”(유상범 국민의힘 의원) 같은 소리나 하고 있다.
상투적일 수 있지만, 너무나도 옳은 얘기여서 다시 인용한다. “정치가는 자기 책임을 거부할 수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할 수도 없으며 또 해서도 안 된다.”(막스 베버)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때 법 논리를 들이대는 두 대통령을 보는 건 여러모로 피곤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