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별 전문가들이 내놓은 국내 주력산업의 내년 ‘기상예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격랑의 한국경제, 전망과 진단’을 주제로 ‘2023년 경제·산업전망 세미나’를 열고 “조선을 제외한 국내 주력 산업이 모두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낼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반도체와 자동차, 철강 등 대부분의 주력 산업은 혼조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됐다. 반도체 산업은 소비자용 시장 수요 부진과 수요처의 재고 조정 여파로 메모리 가격이 급락하고 있지만 서버 수요 역시 약세로 전환됨에 따라 올해 4분기부터 강도 높은 재고 조정이 예상됐다. 이에 D램은 내년 하반기, 낸드는 내년 2분기 중 업황이 바닥을 찍고 점차 긍정적으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됐다.
자동차는 지난 2년 동안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과 누적 대기 수요로 낮은 재고와 인센티브(판매촉진비)의 수혜를 봤지만 내년에는 생산이 정상화 궤도로 돌입하면서 이 같은 호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소비가 위축되며 차량 수요가 줄고, 재고와 인센티브가 상승해 업종 손익이 전반적으로 악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테슬라의 신규 자율주행시스템 도입에 맞서 기존 완성차 업계의 새로운 기술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철강 수요는 자동차 생산 증가와 선박 건조 확대가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반면 주택거래 위축과 경기침체 우려로 건설·가전 수요 부진이 예상됐다. 이에 국내 철강 수요도 올해와 비슷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상반기 기준 반도체와 석유화학, 자동차, 철강 부문의 수출 비중만 합쳐도 전체 수출의 40%를 훌쩍 넘는다.
특히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한국 경제의 내년 성장률이 1%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세계 경기 침체 여파로 수출 증가율이 감소한 데다 민간소비 역시 코로나19 방역완화 등 긍정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 취약계층의 한계 상황 직면, 주택가격 조정 등 위험 요인이 너무 많다”며 “한국은행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낮출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