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국을 선언해 평화 이미지가 강하지만 스웨덴은 사실 1950년대에 소련의 위협에 직면하자 진지하게 핵무기 개발을 시도했던 국가다. 그 후 국제정세 변화와 국내 반핵 여론 때문에 핵 개발을 단념했다. 하지만 올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에 경악한 스웨덴은 중립국 지위를 포기하고 나토 합류를 선언한 데 이어 핵무기 반입까지 검토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스웨덴·핀란드도 핵 반입 시사
북핵 저지 위해 한국 핵능력 필수
민주당은 아직도 남북대화 미련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상대의 핵무기 사용을 억제하려면 우리도 핵무장을 해 ‘공포의 균형’을 맞출 수밖에 없다는 게 군사안보의 영원한 진리다. 물론 한국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쓰면 미국이 핵으로 보복해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1961년 미국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 “파리를 지키기 위해 뉴욕을 희생할 수 있겠냐”고 따졌던 프랑스 드골 대통령의 말처럼, 미국이 유사시 서울을 보호하기 위해 LA를 기꺼이 북핵 위협에 노출시킬 것이란 보장은 아무 데도 없다. 미국의 핵우산은 미국 정치 사정과 내부 여론에 따라 얼마든지 구멍이 뚫릴 수 있는 불확실한 공약이다.
따라서 당장은 어렵겠지만 한국 정부와 정치권은 독자 핵무장을 위한 장기 플랜을 세우고, 장기간에 걸쳐 미국을 끈질기게 설득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핵무장을 해제할 경우 한국도 그에 맞춰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약속을 하면 된다. 독자 핵무장이 장기 목표라면 나토식 핵공유,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 및 전략자산 상시 순환배치, 핵개발 잠재력 확보 등도 중·단기 과제로 검토해야 한다.
스웨덴·핀란드 총리가 핵무기 반입 가능성을 시사했던 날 한국 최대 정당의 이재명 대표는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한반도의 전술핵 재배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무책임한 얘기”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지난 4일엔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응한 한미 연합훈련 연장에도 반대하고 대북특사를 제안했다. 북한 정권으로부터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란 비아냥을 듣고도 더불어민주당은 아직 대북 대화에 미련이 많은 모양이다. 대북특사가 김정은에게 핵무기 좀 포기해 달라고 사정이라도 하란 말인가.
독재정권이 알아듣는 건 힘의 논리밖에 없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후퇴하고 있는 건 젤렌스키의 연설에 감동해서가 아니라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에 세게 얻어맞았기 때문이다. 또 시진핑이 대만 침공을 망설이는 건 민간인 피해를 걱정해서가 아니라 대만을 신속하게 제압할 확신이 아직 없어서다. 마찬가지로 김정은이 핵무력 사용을 포기하는 건 핵무기로 공격하면 자신도 핵무기로 반격을 받아 끝장이 난다는 게 아주 명백해질 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