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글로벌 경기 하락과 약해진 국내 조선 산업 생태계, 특정 선종(船種)에 치중된 수주 등은 ‘한국 조선업 봄날’에 꽃샘추위 같은 위험요인이다. 전문가들은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기초체력을 길러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점유율은 상승, 발주량은 줄어
올해 누계에서도 한국이 1322만CGT, 중국이 1327만CGT로 시장점유율 44%씩을 나눠 가지며 선두를 달렸다. 수주 잔량은 한국이 3606만CGT(35%), 중국이 4334만CGT(42%)다. 수주 잔량은 국내 조선 업체들이 향후 3년간 건조할 수 있는 물량이다. 한때 ‘수주절벽’으로 고난의 행군을 했던 것을 감안하면 명백한 반등에 성공한 셈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금리의 영향으로 내년 신조선(新造船·새로 만드는 배) 시장은 크게 둔화할 것이란 게 주요 연구기관의 분석이다. 클락슨리서치와 글로벌 경제연구소들의 전망을 종합하면, 세계 신조선 발주량은 올해 3500만CGT로 지난해 대비 32.7% 줄어들 전망이다. 내년은 더 상황이 악화해 2200만CGT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 조선 업체의 수주량도 덩달아 줄어들 전망이다. 올해 추정치는 1460만CGT로 지난해(1770만CGT)보다 31.7%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수주량은 850만CGT로 다시 37.1%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불과 2년 새 수주량이 반토막 날 것이란 예상이다.
선박 발주가 줄어드는 건 복잡한 선박금융 특성상 고금리 시대에 선주들이 새로운 대출을 일으키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영향으로 신조선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것도 투자를 움츠리게 하는 요인이다.
특정 선종에 편중… ‘플랜트의 악몽’
한국수출입은행이 지난달 31일 발간한 『해운조선업 2022년 3분기 동향 및 2023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한국 조선 업체가 수주한 선종은 LNG선이 64.6%, 컨테이너선이 30.9%로 두 선종이 전체의 95.5%를 차지하고 있다. ‘카타르 프로젝트’ 등으로 수요가 많이 늘어난 데다 LNG선 건조 기술에서 절대 우위를 지닌 덕분이지만, 향후 생산과정에 위험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보고서는 “조선소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가장 노동력을 많이 요구하는 이들 2개 선종이 수주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조선 기자재 업체 관계자는 “조선 생태계, 특히 협력업체들의 재무 상태와 인력 구조가 취약해진 상황에서 특정 선종으로의 편중은 사업 환경이 급변할 경우 큰 위험요인이 된다”고 우려했다.
인력난 해결해야… 노사 갈등도 불씨
조선업 종사자 수는 2014년 20만3441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급감했다. 올해 7월 기준 종사자 수는 9만2394명으로 8년 사이 반토막이 났다. 전문직군인 설계·연구와 생산인력은 각각 6645명(46.9%), 9만8003명(58.3%) 줄었다.
조선 전문인력은 단기간 내에 양성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업계의 고민이 크다.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설계 인력은 1만4000명, 생산 인력은 10만7000명이 필요하다. 지금보다 각각 4000명, 3만7000명이 늘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숙련된 생산 인력의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짧은 시간에 노동력을 유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점에서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