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후 11시3분 경북 봉화군 소천면 아연광산 갱도 붕괴 사고로 지하에 갇힌 작업자들은 열흘 만에 동료와 만났다. 당시 갱도 현장에 있던 방장석 중앙119구조본부 충청강원특수구조대 구조팀장은 마지막 장애물을 치우고 동료 광부들이 만난 첫 순간, 그들이 서로의 이름을 외치며 부둥켜 안고 울었다고 전했다.
구조 순간…동료들 부둥켜 안고 오열
이어 “그들이 머물고 있던 장소를 보니 비닐 천막을 쳐놓고 모닥불을 피운 흔적이 있었다. 그런 광경은 처음이라 놀랐다”며 “이 장소는 여러 갱도들이 모이는 인터체인지 같은 곳이라 공간이 100㎡ 정도로 상당히 넓었다”고 전했다. 또 “바닥에 물이 좀 있었는데 물이 닿지 않도록 패널 같은 곳 위에 앉아 있었다”고 설명했다. 매몰된 작업자들은 무너진 제1 수직갱도로부터 약 30m 떨어진 곳에 비닐 천막 등 생존에 필요한 장치들을 설치해두고 구조를 기다렸던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지난달 26일 오후 6시쯤 이 광산에서 채굴 작업을 하던 작업조장 A씨(62)와 보조작업자 B씨(56)가 갱도가 무너지면서 연락이 끊겼다. 함께 작업하던 7명 중 2명은 이날 오후 8시쯤 자력으로 탈출했고 3명은 같은 날 오후 11시쯤 업체 측에서 구조했다. 업체 측은 나머지 2명의 구조가 어려워지자 하루 뒤인 27일 오전 119에 신고했다.
221시간 만에 갱도 밖으로…동료들 환호
구조 작업에 참여했던 이상권 금호광업소 부소장은 “매몰된 작업자들은 매뉴얼에 따라 사고에 대처했고 이들이 작업하고 있던 곳에 직접적으로 토사가 쏟아지지 않았던 것이 무사 생환의 결정적 이유였다”며 “이들은 체온 유지를 위해 서로의 몸을 밀착시키고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들은 작업에 챙겨갔던 믹스커피와 물을 조금씩 섭취하며 버텼다고 한다.
매몰된 작업자들의 구조 소식이 전해졌던 순간에 대해 이 부소장은 “구조 작업을 교대하고 숙소로 돌아가 있던 동료들에게 구조 소식을 전하자 환호를 하며 박수 갈채를 쏟아냈다”며 “그간 마음을 졸이며 이어나갔던 구조 작업의 노고가 한순간에 잊혀지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열흘간 이어진 구조 작업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에 대해서는 “갱도 내 상황이 수시로 변하고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데, 예상을 했던 것이 빗나갈 때나 붕괴가 다시 올 때 난감하기 그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남은 30m가 예상과 달리 상황이 나쁘지 않아 구조 작업이 급진전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간 사회에 우울한 일 많았는데 위로 되길”
가장 먼저 서울 이태원 압사 사고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 전한 그는 “그간 사회에 우울한 일들이 많았는데 이 일이 그나마 위로가 되길 바란다. 우리를 위해 애써주신 모든 분께 빚진 마음으로 항상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들이 그동안 10일 이상 마음을 다해서 구출하기 위해 한 마음 한 뜻으로 움직였는데 좋은 소식 듣게 돼 감사하다”고 했다.
B씨의 친형은 앞서 구조 전날인 4일 B씨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편지를 쓰기도 했다. 그는 “극한의 상황에 놓여있는 너를 생각하면 참으로 고통스럽다. 지금도 너를 구조하기 위해 국가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구조하고 있다”고 썼다. “고통스럽지만 살려고 하는 의지를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살아서 돌아와야만 한다”고 적었다. 이 편지는 구조당국이 시추한 공간이 있는 지하 170m 지점으로 보내졌다.
경찰 수사도 본격화…“붕괴 사고 원인 규명”
병원 관계자는 “특별히 외상이 없고 의식이 있고 말씀도 잘하셨다”며 “병원 이송 후 일반 검사와 혈액 검사, 엑스레이 촬영 등을 했는데 특별히 문제가 없고 단지 영양 상태가 안 좋아 일부 수치가 저조하게 나왔다”고 말했다.
광산 갱도 붕괴 사고와 관련한 경찰 수사도 본격화됐다. 경북경찰청은 이날 3개팀 18명으로 이뤄진 봉화 아연사고 갱도 붕괴 사고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사고 원인 등을 규명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