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R "북한, 핵 사용시 정권 붕괴"
치를 대가 알면 쉽게 사용 못 해
엘리트 이탈, 주민 분노 더 걱정
정말 그럴까. 북한 정권이 핵무기를 쓰고도 살 수 있느냐 없느냐는 어떤 대가를 치를 것이냐에 달렸다. 그 대가는 핵무기의 규모·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미국이 “동맹국 방어를 위해 핵과 재래식 무기, 미사일 방어 등 군사 능력을 최대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신중한 표현은 미국이 북한의 핵 공격에 반드시 핵 역량으로 대응하진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북한이 미국의 도시를 핵으로 공격하면 미국은 핵으로 응징하겠지만, 요격에 성공한다면 어떻게 할까. 그래도 핵으로 응징할까, 아니면 엄청난 재래식 무기로 노동당 본부를 공격할까. 또 북한이 전술 핵무기로 미국이나 한국을 공격한다면 어떻게 할까. 미국은 괌에 배치된 전술 핵무기나 재래식 무기로 응징할 것이고, 전략 핵무기로 상황을 고조시킬 가능성은 작다.
9월 제정한 핵 무력 정책 법령에서 북한은 군 사령 체계가 위험에 처하면 선제 핵 공격이 가능하다고 규정했다. 따라서 우발적 핵무기 사용 위험성은 커졌다. 의도적 사용 가능성도 존재한다. 북한은 한국을 공격한 뒤 미국이 개입하면 전략 핵무기로 미국을 공격할 수도 있다. 북한 정권의 성격상, 정권 붕괴가 불가피하다고 여기면 파국임을 알면서도 핵무기를 쓰고 장렬히 사라지는 선택을 할 수 있다. 북한 정권의 지상 과제는 정권 생존이라고들 하지만 극단 상황에선 자멸적·비합리적 결정도 가능하다. 북한의 핵무기 사용 여부는 미국의 실제 행동보다 북한이 미국의 행동을 어떻게 예측·판단하느냐에 달렸다. 냉전 핵 경쟁 시대 심리전과 같다. 핵을 쏜 뒤 한·미의 대응으로 정권이 괴멸할 것으로 판단하면 북한은 핵을 쉽게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정책은 외부 세계와의 접촉이나 미국을 경험한 적 없는 소수의 늙은 남성들이 결정한다. 미국인은 멍청한 겁쟁이라고 믿는 북한 고위층은 핵 공격을 해도 미국이 겁을 먹고 대응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미국의 대 우크라이나 지원에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최고 지도자의 의견에 맞서지 않을 것이고, 핵 공격 이후의 대가를 아는 군사 전문가도 김정은의 뜻을 거스르진 못한다.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다고 여겨져 온 북한의 재래식 미사일은 최근 저수지 발사가 가능할 정도로 고도화했다. 한·미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뚫고 심각한 피해를 줄 것이다. 미 정부는 NPR에서 “북한은 핵이 아닌 다른 전략적 공격도 감행할 수 있다. 미국의 핵무기는 이런 공격 억제에도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처럼, 미국 역시 북한의 비핵 공격에 핵무기로 맞설 수 있다는 경고다. 북한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은 작지만 불가능한 일은 결코 아니며, NPR 주장과 달리 핵을 쓰고도 북한 정권은 괴멸되지 않은 채 끝까지 반격할 수 있다.
그런데 이보다 정권을 더 위협하는 게 있다. 간부들의 충성심 균열이다. 지난달 17일 노동당 간부학교에서 김정은은 “반사회주의 및 비사회주의적 현상들” “기회주의적 반혁명적 사상 경향들” “비조직·무규율·부정적 요소들”을 지적하며 놀랍게도 노동당이 “인민의 버림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불안감은 명백하게 드러났다. 한·미에 의한 축출보다 주민에 의한 정권 붕괴를 김정은은 더 걱정하는 것이다. 이 경우 북한의 핵무기 사용 여부에 대한 답은 못 얻겠지만, 그 자체로 좋은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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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를 대가 알면 쉽게 사용 못 해
엘리트 이탈, 주민 분노 더 걱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