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지난 7월 취임한 이범석 청주시장(국민의힘)의 해석은 달랐다. 이 시장은 지난달 초 시정 질문 답변에서 “일본에서 공부한 설계자가 일본의 근대 건축가의 영향을 받아 일본식 건축양식을 모방했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며 왜색 시비에 불을 붙였다. 강 건축가가 일본 와세다대에서 공부한 이력을 문제 삼으며 건물의 옥탑이 후지산을, 로비 천장이 연꽃무늬가 아니라 욱일기를 닮은 듯 보인다고도 했다. 지역 건축사회가 만든 가치평가 보고서가 이를 뒷받침한다. “일본에서 유학한 설계자가 후지산과 욱일기를 직접 형태구성의 모티브로 차용하지 않았더라도 일본건축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논리로 보자면 일본의 건축법을 그대로 베껴 만든 한국의 건축법으로 지은 건축물도 일본식이라는 추측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청주시는 당선작이 비효율적이고, 공사비가 많이 든다고 탓한다. 당선작은 본관동을 가운데 보존하고 ‘ㄷ’자 형태로 새로운 건물이 감싸는 형태다. 독창적인 형태가 눈길을 확 끈다. 비워진 가운데 공간은 시민을 위한 공간이다. 하지만 청주시는 본관동을 철거하고, 설계공모전을 또 열어 공모비를 포함해 210억원의 설계비를 들여 새 안을 뽑겠다는 방침이다. 설계비는 이전보다 두배 가량 더 비싼데, 공사비는 기존(2300억원)보다 400억원 싼 안을 뽑겠다는 것이다. 지자체와 전문가가 논의해 국제사회가 지켜보는 가운데 뽑힌 안이 이렇게 쉽게 폐기된다. 이런 후진적인 행정 시스템이 결국 후진 공공건축물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