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GO] 여행의 추억 드로잉하며 나만의 작품 만들어볼까

중앙일보

입력 2022.11.03 06:00

수정 2022.11.0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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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심심해~”를 외치며 꽁무니를 따라다닌다고요? 일기쓰기 숙제하는데 ‘마트에 다녀왔다’만 쓴다고요? 무한고민하는 대한민국 부모님들을 위해 ‘소년중앙’이 준비했습니다. 이번 주말 아이랑 뭘할까, 고민은 ‘아이랑GO’에 맡겨주세요. 이번엔 드로잉을 하며 추억을 기록해보세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연필로 드로잉의 첫 단계, 스케치를 하고 있다.

하얀 종이 위에 연필과 펜이나 물감으로 자유롭게 그리는 드로잉은 평범한 일상을 활기차고 아름답게 채색하는 즐거운 활동이다. 일상의 순간부터 여행 풍경까지 다양한 소재를 자유롭게 그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스케치를 하고, 붓질을 하다 보면 피곤한 현실을 잊기에 그만이다. 드로잉을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삼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다. 하루의 일상과 주변 사람을 기록하는 수단으로도 제격. 드로잉으로 또 다른 즐거움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드로잉에 빠진 사람들
예전에는 회화작품을 위한 기초적인 작업, 스케치 개념을 드로잉이라고 불렀다면 요즘에는 모든 그림들, 그리는 행위를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 취미로 드로잉을 즐기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수업 시간, 종이 위에 가볍게 끄적이는 그림을 그려본 경험이 한번쯤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그려보고 싶다는 욕구가 들어 하얀 도화지를 펼쳐 놓으면 막막한 기분이 먼저 든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다양하게 그림을 접할 기회도 많아졌다. 드로잉 클래스나 취미 미술반이 눈에 띄게 늘었고, 정식으로 배우기 전 경험해 볼 수 있는 2~3시간짜리 원데이 클래스도 있다.  
 
‘클래스 101’ 등의 온라인 취미 강의 플랫폼을 이용해 강의를 수강하면 내가 원하는 장소‧시간에서 자유롭게 들을 수도 있다. 그림에 도저히 자신이 없더라도 몰입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도와주는 컬러링북도 인기다. 인쇄된 스케치에 색칠만 하도록 만들어진 책인데, 빈 면의 색을 채워가다 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잡념도 떨치는 효과가 있다.  

드로잉카페 페인팅룸은 무료 코칭도 해주기 때문에 그리는 도중 막막하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음료를 마시며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드로잉 카페도 많은 사람들이 찾으며 점점 늘어나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페인팅룸은 캔버스만 구매하면 이젤‧붓‧물통‧물감 등의 도구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윤지원 대표는 “그리고 싶은 도안을 미리 찾아오면 프린트해서 보고 그릴 수 있고, 무료 코칭도 해주기 때문에 그리는 도중 막막할 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성수미술관은 전지사이즈의 도안이 준비되어 있어 색칠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성수역‧홍대입구역 등 여러 지점이 있는 성수미술관은 전지사이즈의 도안이 준비돼 그중 하나를 선택해 색칠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이재욱 대표는 “처음 기획 단계에서는 스케치도 포함이 됐었는데 스케치하는 과정이 어렵다고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본 스케치가 있는 도안을 생각하게 됐어요”라고 밝혔다. 


드로잉카페가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재욱 대표는 “그림을 그리거나 낙서를 하는 것들은 우리 모두 해봤던 경험이에요. 디지털화되고 잊은 채로 살다가 잊어버렸던 느낌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것에 대해서 쾌감을 느끼는 거 같아요”라며 감각의 재발견을 인기 요인으로 꼽았다. 정지원 대표는 “그림 그리는 행위 자체가 주는 즐거움과 그림을 그릴 때 몰입을 하면 아무 생각을 안 하는 상태가 되며, 그림과 나 온전히 둘이 마주하게 되는 거죠. 그러면 복잡했던 머릿속도 정리가 되면서 모든 걸 잊고 온전히 작은 행복감을 느낄 수 있어요”라고 얘기했다.
 
나만의 일상을 기록하는 방법 배우기

안효빈(왼쪽) 학생모델·박수연 학생기자가 리모 김현길 작가에게 드로잉을 배워봤다.

리모 작가는 여행의 순간들을 글과 그림으로 펴내는 여행 드로잉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이 너무 평범하게 느껴진다면 그림으로 일상을 기록하는 건 어떨까.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과 시간이 달라지면서 평소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하루의 일상을 그림으로 적는 그림일기, 여행을 다녀와서 좋았던 순간을 드로잉하며 추억의 한 장면을 완성해보는 것도 좋다. 박수연 학생기자·안효빈 학생모델이 리모 김현길 작가의 도움을 받아 드로잉에 도전해봤다. 리모 작가는 여행의 순간들을 글과 그림으로 펴내는 여행 드로잉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시간을 멈추는 드로잉』 『드로잉제주』 『제주 여행 드로잉 컬러링북』 『혼자, 천천히, 북유럽』 책을 펴냈다. 

리모 작가의 여행 드로잉을 위한 기본 준비물.

드로잉 초보자들은 무엇부터 그려보면 좋을까. 리모 작가는 여행 드로잉의 경우 유명 랜드마크를 그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것보다 좀 닮지 않아도 다른 사람이 눈치채지 못하고, 남에게는 소중하지 않지만 나에게 의미 있는 공간이나 소품을 그려보는 게 좋다고 했다. 그림을 지속적으로 그릴 수 있게 하는 좋은 방법이 자기 기록을 만들어가는 그림일기라고 했는데, 추가로 자기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면 그게 곧 그림에세이가 되는 것.

여행 드로잉에 유용한 고체 수채물감과 워터브러시. 워터브러시는 붓 뒤에 물통이 달려 있어 물을 넣고 누르면 붓 안에서 물이 나온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리모 작가가 수업용으로 가져온 제주의 봄 풍경과 각자 원하는 소품을 그리기로 했다. 리모 작가가 스테들러에서 나온 여행 드로잉 세트도 선물해 줬는데 고체 수채물감, 워터브러시 등을 보니 정말 여행 드로잉 작가가 된 것만 같았다. “워터브러시는 붓 뒤에 물통이 달려 있어 물을 넣고 물통을 누르면 붓 안에서 물이 나오는 도구예요. 야외에서 그림을 그릴 때 따로 물통을 챙기지 않아도 되니까 간편하겠죠.” 고체물감은 튜브물감과 다르게 처음부터 딱딱하게 굳어서 고체로 나온 것으로 케이스 자체가 팔레트 역할도 한다. “튜브 짜서 굳히고 하는 과정이 귀찮잖아요. 또 부피도 작아 가지고 다니기 쉬워서 많이 쓰고 있죠.”

도형 그리는 연습을 끝내고, 연필로 보조선을 그어준 후 지붕 등의 스케치를 끝낸 후 펜으로 덧그려 마무리했다.

수채화를 그릴 때는 수채화 전용지를 사용하는 게 좋다. 두께가 300g 이상 되어야 전용 수채화 용지라고 볼 수 있다. 학생들이 손쉽게 구하는 도화지‧켄트지도 수채화를 해볼 수는 있지만 종이가 울고 붓질도 많이 남아서 지저분하게 채색될 수 있다. 간단한 연습을 끝낸 다음 본격적인 스케치에 들어갔다. 연필‧펜 원하는 걸로 스케치를 하면 되는데, 소중 학생기자단은 연필로 그린 다음 그 위에 펜으로 다시 스케치하기로 했다.
 
리모 작가가 어떤 식으로 스케치하는지 시범을 보였다. 집 여러 채를 그려야 하지만 1층짜리 건물이라 별로 어렵지 않다고. 담들도 다 똑같은 높이에 수평으로 있기 때문에 종이 한 가운데 담이 이정도 높이로 오면 되겠다는 느낌으로 보조선을 먼저 그려줬다. 담 위에 조금 가까이 있는 지붕 먼저 그려주고, 그 뒤에 있는 지붕 또 옆에 있는 지붕들을 그리면 된다. 테두리와 창문을 추가하면 집은 완성.
 
돌담은 물감으로 표현하는 게 좀 힘들어서 그냥 펜으로 돌들이 뭉쳐있다는 느낌만 줘도 괜찮다. 리모 작가는 “지저분한 전봇대는 다 안 그려도 되고, 그리고 싶은 만큼만 그려보세요. 너무 힘들게 할 필요 없어요”라고 조언했다. 그리다 보면 건물이 다 안 들어갈 수도 있는데 들어가는 만큼만 그려도 괜찮다고. “공간이 남으면 비워도 되고 비슷한 건물 하나 더 그려도 돼요. 마음대로 그리면 됩니다.”  

스케치를 끝내고 고체 수채물감과 워터브러시로 색칠하고 있다.

박수연 학생기자의 작품. 하늘 색칠 과정을 과감하게 생략한 게 특징이다. 리모 김현길 작가는 자기 개성대로 자유롭게 표현하는 게 좋다고 했다.

안효빈 학생모델의 작품. 두 학생 모두 똑같은 시안을 보고 그렸지만 전혀 다른 그림이 탄생했다. 리모 김현길 작가의 조언대로 돌담은 펜으로 표현한 게 인상적이다.

안효빈 학생모델이 연필선을 지우개로 지우며 스케치를 마무리하고, 색칠을 시작했다. 유채꽃은 하나하나 그리면 오히려 지저분해지기 때문에 노란색 위주로 칠하고 녹색으로 포인트를 주면서 표현하는 게 좋다고 했다. 하늘을 표현할 때 그러데이션 느낌을 줄 수도 있다. 한 가지 색상으로 여러 단계의 명도를 표현하는 거다. 수채화에서 색상을 밝게 만드는 방법은 물을 추가하는 것이다. 한 단계 채색을 마친 후 물감에 물을 더 넣어 칠하는 방법으로 여러 단계를 이어갈 수 있다. 노란색‧초록색‧파란색으로 색칠하다 보니 어느새 봄 느낌이 물씬 풍겼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제주도의 풍경을 그린 다음, 소품 드로잉도 그려봤다. 박수연 학생기자는 다이어리와 마스킹테이프(위 사진), 안효빈 학생모델은 드로잉 세트에 그려진 그림을 보고 꽃을 먹는 물고기를 그렸다.

이제 각자 자유롭게 소품을 드로잉 하기로 했다. 박수연 학생기자는 일상 소품인 다이어리와 마스킹테이프, 안효빈 학생모델은 여행 드로잉 세트에 있던 그림인 꽃을 먹는 물고기를 보고 따라 그리며 멋지게 완성했다. 리모 작가는 드로잉을 하고 싶어하는 10대 친구들에게 자기가 그리고 싶은 것을 수단과 방법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그리라고 조언했다. 
 
“그림을 평가받는 장르라고 느끼기보다는 재미난 놀이로 끝까지 즐겨줬으면 해요. 우리나라는 학업에 도움이 된다거나 취업에 도움이 되는 스펙을 어릴 때부터 쌓으려고 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고, 평가받는 장르라고 느끼기 때문에 어른이 돼서 그림 그리는 데 거부감이 있었던 거죠. 그 길에 빠지지 말고 어린 친구들일수록 더 용감하게 창의적으로 자기가 원하는 풍경을 원하는 방식대로 마음껏 낙서를 많이 해봤으면 좋겠어요. 낙서가 생명이다!”
 
리모 김현길 작가가 알려주는 드로잉을 잘할 수 있는 방법

리모 김현길 작가

장비병에 빠지지 말자!
초보자들이 너무 좋은 도구, 모든 준비물을 다 갖추려고 하는데 그러면 그림 그리기가 더 부담스럽다. 나에게 가장 익숙하고 편한 도구, 예를 들면 연필‧볼펜으로 별것 아닌 일상을 편하게 기록해보는 아주 가벼운 느낌으로 그림을 시작하는 게 좋다.
 
욕심을 버리자!
잘 그려야 한다는 욕망을 버리면 편하고 쉬워지는데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려고 하기 때문에 어려워진다. 오로지 내 시간과 공간에 집중하는 목표로 그림에 접근한다면 좀 더 편안하게 그림을 오래 그릴 수 있다.  

 
어려운 대상을 그리지 마라!
눈앞에 있는 작은 물체도 괜찮으니까 포커스를 좁게 해서 너무 많은 것을 그리려고 하지 않으면 좀 더 편하게 그릴 수 있다.  
 
다 그리려고 하지 마라!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큰 건축물을 그리더라도 그 안에 작은 조각이나 세세한 부분은 생략해라. 보통 초보자들이 그걸 다 그리려고 하다가 지쳐버리는 경우가 많다. 디테일에 연연해 하지 말고 복잡한 대상을 단순화해서 표현하는 방식을 자꾸 연습한다면 그림이 캐주얼하고 편안하게 느껴진다.  

리모 작가의 여행 드로잉 작품들. 첫 번째 그림은 제주도 동쪽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행원연대봉

이탈리아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 리모 작가가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다.

Plus Tip 나만의 제품 만들기
내가 그린 그림을 스캔과 사진 촬영 등으로 파일로 만든 다음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도 있다. 스티커‧엽서‧카드를 제작하거나 캔버스에 인쇄해서 액자로 만들어도 좋다. 티셔츠‧캔버스백‧머그컵‧모자‧휴대전화 케이스에 컬러링북까지 내 그림으로 제작할 수 있는 제품은 다양하다.  
 
아이랑GO를 배달합니다

이번 주말 뭘 할까 고민은 아이랑GO에 맡겨주세요. 아이와 가볼 만한 곳, 집에서 해볼 만한 것, 마음밭을 키워주는 읽어볼 만한 좋은 책까지 ‘소년중앙’이 전해드립니다. 아이랑GO를 구독하시면 아이를 위한, 아이와 함께 즐길 거리를 풍성하게 받아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