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리터러시 ⑥ 암호화폐 사기 유형 첫 번째
지난 1~5화에서는 디지털 자산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쌓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후반부에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실제 벌어진 각종 사기 사건을 유형화해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봅니다. 혹 피해를 보게 됐을 경우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도 덧붙입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정부를 비롯해 관련 업계가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지도 얘기합니다. 이번 6화에서는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 사기)에 대해 풀어봅니다.
다단계 피라미드를 답습한 구조
하지만 실상은 나중에 투자한 사람의 돈으로 먼저 투자한 사람의 수익을 지급하는 금융 피라미드였습니다. 얼마 가지 않아 파산하고 폰지는 구속됐습니다. 이 같은 다단계 피라미드는 법망이 촘촘하지 못한 암호화폐 시장에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지난 5월 있었던 테라·루나 사태의 장본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도 폰지 사기 혐의를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테라는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서비스 '앵커 프로토콜'로 투자자를 끌어모았는데요. 앵커 프로토콜은 테라를 구매해 맡기면(예치) 이자를 지급하고, 다른 디지털 자산을 담보로 테라를 빌려주는 은행 역할을 했습니다. 다만 예금 금리보다 대출 금리가 높아 이윤을 남기는 은행과 달리 예치금 이자는 연 19.4%, 대출 이자는 연 12.4%인 역마진 구조였죠.
투자자들은 테라를 대출받아 다시 맡기면 단기간에 고수익을 낼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점점 더 많은 돈이 예치되지 않는 이상 유지가 불가능한 시스템이었죠. 새로운 투자자의 투자금으로 앞선 투자자에게 약속한 이자를 지급하면서 이른바 '돌려막기'를 하다가 투자금을 가로채 달아나는 '폰지 사기'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왔던 이유입니다. 이 밖에도 최근 벌어진 암호화폐 폰지 사기 유형에 대해서는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암호화폐 폰지 사기의 위험 신호
암호화폐 투자는 주로 친인척, 주변인 추천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들이 수익 본 걸 얘기하더라도 그 이야기 자체를 다각도로 검증해야 하죠. 무엇보다 암호화폐 사기 피해자가 순식간에 가해자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추천한 투자라 할지라도 상황에 따라 투자금을 불법 모집 또는 유인한 '유사수신행위'로 간주해 처벌받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기를 당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까지는 원론적인 이야기입니다. 안타깝지만 조금은 냉정한 현실을 말씀드리려고요. 암호화폐와 관련된 현행법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법, 부당, 사기라는 걸 하나하나 밝혀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쉽지는 않습니다.
암호화폐는 우선 자본시장법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자본시장법이 적용되려면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암호화폐를 금융투자상품으로 인정한 사례가 없어 당장 적용은 어렵죠. 현행법상 암호화폐 사기를 처벌할 거의 유일한 규정은 사기죄인데요. 아쉽게도 사기죄는 구성 요건이 까다롭고 복잡합니다.
사기 사건이 벌어졌을 때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신고센터는 있습니다. 하지만 신고센터에 사건을 접수하려면 신고(고소) 이유가 명확해야죠. 그걸 어떻게 증명해 내느냐가 관건입니다. 피해자가 암호화폐 사기를 증명할 증거, 즉 코인 거래 상태·이동 상태를 파악하는 게 어렵거든요. 문제는 이것마저도 사기를 밝힐 증거로는 불충분한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애초에 사기에 연루된 이른바 나쁜 코인들은 일반적인 거래, 스마트 컨트렉트(계약)를 벗어나기 때문입니다.
지난 8월 금융위원회의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에도 조금씩 속도가 붙는 모양새인데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디지털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안심거래 환경 조성을 위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