➀ 폭 3.2~5m‧총 길이 50m 골목길은 누가 관리?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적용 범위를 넓히면 결국은 모든 장소가 해당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법의 명확성이 없어진다”며 “법률은 그 적용 대상자에게 자신이 적용대상임을 예견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이 경우까지 적용할 경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➁ 자발적 시민 모임, 현장 안전 책임은?
지난 2005년 1만여명이 일시에 몰리면서 11명이 숨진 경북 상주 콘서트 압사 사고 때는 상주시와 MBC라는 ‘주최자’가 있었다. 이때 대법원은 상주시 공무원 등에게 유죄를 인정하며 “전문적인 경력과 능력을 갖추지 못한 업체를 선정함으로써 사고를 발생시켰고, 경비인력 및 장비가 확보되지 않아 무질서와 혼란이 야기돼 사람이 사상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점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판시했다. 당시 상주시장과 시 공무원들, MBC 관계자들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다.
그러나 주의 의무가 있는 주최자가 없는 이태원 현장의 형사 책임을 공무원들에게 폭넓게 묻기는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개별 공무원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옳은 방향도 아니거니와 사고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게을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국가나 지자체에 배상 책임을 물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국가배상법은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법령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공무원의 법령 위반’에 대한 대법원의 해석 역시 넓어지는 추세다. 최근 대법원은 “인권존중·권력남용금지·신의성실 등의 준칙을 위반한 경우를 포함해 널리 객관적인 정당성이 없는 행위를 한 경우를 포함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법원은 성폭력 범죄 전과로 전자발찌를 착용하고도 잇따라 성폭행·살인 등 범죄 행각을 벌였던 ‘중곡동 살인사건’에 대해 재범을 막지 못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
한 현직 판사는 “공무원의 ‘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도 인정된다”며 “결국 법령과 조례 해석을 통해 지자체가 자발적으로 모인 군중 안에서 개인의 안전을 보호해야 할 공무원의 의무가 도출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이 ‘예측 가능했나’, ‘공무원들의 고의나 과실이 있었는가’는 작위(적극적 행위)가 규명돼야 할 부분이라는 이견도 있다. 한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이는 누군가 사고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었다고 일부러 보고하지 않았다거나 보고했지만, 윗선에서 이를 임의로 묵살했다거나 하는 식”이라며 “최소한의 사회상규가 위반된 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➂“5~6명이 밀기 시작” 사실이라면, 처벌 가능성은?
검찰 출신 변호사 역시 “‘너 죽여버릴 거야’라는 말만 했다면 단순한 화풀이일 수 있지만, 흉기를 들고 쫓았었다면 살인 미수일 수 있듯 ‘밀어, 밀어’라고 한 상황과 경위가 조사돼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현직 판사도 “신원이 특정되면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미는 행위와 반대쪽 행인들이 넘어지고 다치거나 숨지는 행위에 이르기까지 인과관계가 상세히 규명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책임 규명 앞서 안전 문화 만들어야”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무원의 과실과 사고 사이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다면 형사처벌이 아니라 징계 등 행정적 책임을 규명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라며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공무원 개개인에게 형사 책임을 묻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