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해방을 축하하는 마을 풍경이 담긴 그의 그림 ‘아이들의 해방’(2000, 부산시립미술관 소장)을 볼까요. 한 화면에 태극기가 휘날리는 학교 건물 앞에 굴렁쇠를 굴리는 아이들과 자전거 타는 사람들, 농악을 연주하는 사람들 그리고 구경꾼이 대거 등장합니다. ‘굴렁쇠’를 직접 본 경험이 없는 세대엔 ‘아버지의 시대’를 증언하는 특별한 그림입니다.
전라도에서 유년기를 보낸 작가는 현재 경남 함양에 살고 있는데요, 전후 50년 이상 부산에서 산 그의 그림엔 영도 앞바다, 범일동 구름다리, 깡깡이 마을 등 시대의 변화를 겪어온 부산이 담겨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그가 50대 후반에 뒤늦게 그림을 시작한 화가라는 사실입니다. 부산의 한 수녀원에서 보일러공과 운전사로 30년간 일하고 퇴직한 그는 당시 미대에 다니던 딸(오소영 작가)이 쓰던 캔버스와 유화 물감을 쓰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지요. 그동안 그의 머릿속에만 있던 기억 속 한국전쟁 전후 풍경은 그렇게 하나씩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그의 그림은 사실적인 풍경화도, 추상화도 아닙니다. 오히려 잡지 속 삽화에 가까워 보입니다. 디테일 표현을 생략하고, 단조로운 선과 색조로 묘사됐지만, 작가가 목도한 격변의 시대와 공간이 오롯이 담겨 있어 특별합니다. 세상에 둘도 없는 그만의 그림이 주는 감동입니다.
‘물결 위 우리’라는 주제 아래 5개국 출신 작가 64개 팀 80명이 참여한 올해 부산비엔날레는 이번 주말 막을 내립니다. ‘물결 위 우리’라는 올해 제목은 격변 속에서도 도도하게 흘러온 역사와 삶을 은유하는데요, 부산현대미술관 지하 1층 전시장의 오우암 그림 27점도 그 도도한 물결이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가을바람이 많이 차가워지고 있습니다. 오우암 그림을 비롯해 초량과 부산항에서 이번 비엔날레를 즐길 날도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