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실종자 가족들 ‘발 동동’
이날 오전 9시쯤 실종자 가족이 한데 모이는 주민센터 지하 1층 대기석(약 70석)에는 실종자 가족 약 30~40명이 앉아 있었다. 등을 숙이고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며 가족 소식을 기다리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20대 친구를 찾으러 나왔다는 김모씨는 “친구의 여자친구가 심폐소생술(CPR)로 극적으로 살아 연락이 왔는데 그 친구는 연락이 두절됐다”며 “새벽부터 경찰서와 병원, 체육관을 다 돌았는데 친구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
“스리랑카인 친구가 이태원에서 실종됐다”는 연락을 경찰로부터 받고 뛰쳐나왔다는 20대 스리랑카인 리하스씨는 “친구가 (타지 생활로) 가족이 없으니 내게 연락이 온 것 같다”며 젖은 눈가를 닦았다. 이들 중엔 사고 생존자도 있었다. 친구 3명과 이태원에 나왔다가 1명과 연락이 끊겼다는 20대 남성 B씨는 “사람이 몰리면서 순식간에 ‘억’하고 몸이 쏟아졌다. 병원에도 안 가고 친구를 찾으러 이곳에 바로 왔다”고 눈을 꾹 감은 채 말했다. 이 남성의 바지는 흙과 오물 범벅이었다.
희비 엇갈린 센터…당국 대응엔 불만도
사망 151명(오전 9시40분 기준) 등 대규모 참사가 서울 한복판에서 발생하면서 서울시 등 관계 당국 대응에 불만을 터트리는 목소리도 나왔다. 친구를 찾으러 나왔다는 20대 남성은 “사망자가 너무 많이 나와서 사정은 이해하지만 몇 시간 동안 병원과 체육관 등을 뺑뺑이 돌았다”고 말했다. 이곳 센터에 있다가 조카 사망을 확인하는 전화를 받은 정해복(65)씨는 “(여기에는) 우리처럼 안내를 못 받은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사상자가 많은 만큼 어느 병원에 누가 있는지와 사망자 명단이 즉각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남동 주민센터에는 이태원 참사 관련 실종신고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이 센터는 유일하게 현장 방문신청을 받는 곳이다. 오전 11시 기준 누적 실종신고는 2249건으로 집계됐다. 실종신고 전화 접수는 서울시 20개 회선 전화와 120 다산콜센터를 통해 받고 있다. 전화 접수는 ▶02-2199-8660 ▶02-2199-8664~8678 ▶02-2199-5165~5168로 하면 된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모든 회선에 통화가 물밀듯 밀려 통화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간이 흐를수록 전화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