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이 이 경기를 주목한 이유는 필라델피아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면 경기 침체가 온다는 월가의 징크스 때문이다. 필라델피아가 우승 반지를 얻은 가장 가까운 해인 2008년엔 세계금융위기가 발생했다. 1980년 우승했을 땐 미국 경제가 재정수지와 경상수지가 모두 적자인 쌍둥이 적자를 겪었다.
1929년 당시 필라델피아 애슬레틱스(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직후인 1929년 10월 뉴욕 증시가 대폭락하는 ‘검은 월요일’ 사태가 벌어진 데 이어 이듬해인 1930년에는 대공황이 터졌다.
블룸버그는 지난 25일 “월가 투자자의 모든 시선이 필라델피아의 월드시리즈 성적에 쏠려있다”며 “이런 비공식 경제 지표는 투자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오락이자 징크스”라고 보도했다.
비공식 경제 지표 중 대표적인 게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중시했다는 ‘남성 속옷 매출 지표(MUI)’다. 남성 속옷은 보통 경기나 물가에 상관없이 소비량이 일정한데 심각한 경기 침체를 앞뒀을 땐 이 매출마저도 갑자기 떨어진다. 실제로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 MUI는 5% 떨어졌다. 2020년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봉쇄 때도 남성 속옷 매출은 약 20% 감소했다.
경기 침체를 앞두고 드라이클리닝 업소의 매출이 줄어드는 경향도 있다. 축하할 일이 있을 때 터뜨리는 샴페인도 비공식 경기 지표 중 하나다. 블룸버그는 “미국 선박의 샴페인 출하량은 월가의 호황기 때 급증하고 경기 침체기에는 추락하는 흐름이 반복됐다”고 보도했다.
상품 운송에 사용하는 골판지 상자 수요도 제조업 경기 판단 지표로 활용된다. 미국 제지회사 인터내셔널 페이퍼는 지난 7월 실적 발표 때 “사람들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소비를 줄이면서 올해 2분기 수요가 예상보다 낮았다”고 발표했다.
2000년대 초반엔 경기가 안 좋을 때 여성들이 저렴하게 외모를 꾸밀 수 있는 립스틱을 새로 사거나 짧은 치마를 선호한다는 통설이 있었지만 최근엔 잘 맞지 않아 시장에서 자주 인용되진 않는다.
1998년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신문 기사에서 ‘경기 침체’란 단어가 언급된 횟수를 측정하는 ‘R-Word Index’를 만들어 활용했다. 최근엔 사람들이 구글에서 ‘경기 침체(recession)’를 검색하는 횟수를 참고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