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지시로 관계장관회의 회의록 안 남겼다"…새벽 새 군사첩보 대거 삭제
A 비서관 참석이 배제된 관계장관회의는 청와대 안보실이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사살된 뒤 시신마저 소각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뒤 정부 차원의 첫 대응 조치였다. 감사원 감사 자료에 따르면, 서 전 실장은 9월 22일 저녁 10시쯤 이씨의 사망 사실을 알았고, 3시간 뒤인 이튿날 새벽 1시부터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했다. 서 전 실장은 이 자리에서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 참석자들에게 "보안 유지"를 수차례 강조했고, 이후 새벽 시간 동안 국방부가 밈스(MIMS·군사정보체계)에서 관련 군사기밀 60건을 무단 삭제했고, 국정원도 첩보 보고서 46건을 지운 것으로 조사됐다.
서 전 장관은 "서훈 실장의 지시를 받고 군에 보안유지 지침을 하달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서 전 실장의 지시를 '월북' 발표를 위해 불리한 증거 삭제로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김 전 청장 역시 "서 실장이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해경도 국방부의 월북 발표를 참고해 발표하라'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후 국방부와 해경은 일부 실무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진 월북으로 추정된다'는 발표를 통해 이씨를 월북자로 몰아갔다.
서 전 실장이 이례적으로 회의록을 남기지 않은 것도 향후 법적 문제가 불거질 것을 대비했거나 월북 결론을 위해 불리한 증거를 미리 정리했을 가능성이 있다. 서 전 실장은 9월 23일 오전 8시에 열린 2차 관계장관회의 회의록도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2차 회의에서 서욱 전 국방부 장관에 “월북이란 초도 판단에 기초해 종합분석 결과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검찰은 박지원 당시 국정원장과 소환조사 시기를 조율 중이다. 박 전 원장 조사 이후 서 전 실장을 조사할 계획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여부도 서 전 실장 조사 결과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서 전 실장과 박 전 원장은 27일 국회에서 관련 혐의를 부인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