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핵전쟁 훈련 실시를 미국에 통보한 데 이어 북부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사거리 1만1000~1만2000㎞에 최고속도 마하 20 이상의 야르스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으며, 시네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북부 바렌츠해에서 쏘아 올렸다.
이날 훈련은 군사 지휘 통제 기관, 전투 요원의 준비 태세와 함께 전략핵무기 및 비핵무기의 신뢰성을 점검하기 위해 실시됐으며, 우주항공군과 남부관구군, 전략미사일군, 북방 및 흑해 함대가 참여했다. 지난 25일 A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로부터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일상적인 그롬 훈련에 대한 통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일정·장소와 규모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러시아의 이번 훈련은 미국을 비롯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이 핵 억지 훈련을 하는 상황에서 열려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푸틴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러시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등 소련권 국가 연합체인 독립국가연합(CIS)의 보안·정보 기관장 영상회의를 주재하면서 “지역 및 세계의 분쟁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더티 밤(핵물질을 넣은 재래식 폭탄)’ 사용 계획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하고 핵심 기반시설의 방어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더티 밤’을 터뜨린 뒤 이를 러시아의 탓으로 돌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쇼이구 국방장관은 이날 인도와 중국의 국방부 수장과 개별 통화를 한 뒤 “우크라이나가 더티 밤을 사용해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핵전쟁 훈련에 들어가면서 이를 핑계로 핵무기를 이동하거나 실제로 핵무기를 실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5일 “러시아가 전술핵을 사용한다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