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자치단체장은 최근 취임 100일이 지났다.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 등 자치단체장은 4년간 펼칠 주요 사업의 틀을 짜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중앙일보는 이들의 살림살이 계획을 듣고 소개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특히 행정의 주민 밀착도가 훨씬 높은 시장·군수·구청장을 집중적으로 만났다.
1989년 춘천시청 마당에 심은 ‘아버지 나무’
육동한(63·더불어민주당) 춘천시장은 이 나무를 ‘아버지 나무’로 부른다. 그는 중요한 결정을 앞두곤 아버지 나무를 찾는다. 올해 초 춘천시장 출마를 결심한 뒤에도 이 나무를 먼저 찾았다고 한다. 공직 생활 대부분 기간을 춘천시청에서 근무한 뒤 1989년 3월 서기관(4급)으로 퇴임한 육 시장 부친은 퇴임 3개월 만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2022지자체장에게 듣는다]
쌍문동에서 ‘매주 3번’ 아이들 가르쳐
부친이 춘천시청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지 33년 만에 아들이 시장에 당선돼 대를 이어 같은 기관에서 공직생활을 하게 됐다. 육 시장은 지난 6.1지방선거에서 같은 당 현역인 이재수 시장을 경선에서 꺾었다. 본선에서 국민의힘 최성현 후보와 개표 막판까지 엎치락뒤치락하는 초접전 경합을 한 끝에 승리했다.
춘천고를 졸업한 육 시장은 야학 교사라는 독특한 이력이 있다. 그는 한양대학 경제학과 3학년 학생이던 1980년 24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그런데 공직에 발을 들여놓지 않고 선배 권유로 서울의 한 개인병원 지하에서 대학 졸업 때까지 약 1년간 공단 아이들을 가르쳤다.
청년·빈곤·직업·교육 평생 관심의 범주
그는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대통령비서실 혁신분권비서관, 국무총리실 국정운영실장·국무차장(차관급) 등을 지냈다.
그는 공직을 마치고 대기업 사외이사나 고문 등 고액연봉이 보장된 자리를 제안받았지만 "고향을 위해 일하겠다"며 춘천에 내려와 2014년 8월 강원연구원장이 됐다. 일각에선 ‘이 정도 경력이면 일 년에 10억 버는 것도 가능할 텐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의 선택은 뜻밖으로 여겨졌다.
‘고향사랑기부제’ 도입 필요성 강조
육 시장은 지난 11일 춘천시청 접견실에서 진행된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전통적 교육도시 기반을 근거로 아이들을 훌륭한 인재로 성장시키는 최고의 교육도시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산업단지 조성 등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도 노력하고 있다. 춘천은 1990년대부터 바이오산업과 ICT정보문화산업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바이오 분야 대표 지역기업이 코스닥에 상장하고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육 시장은 "이런 인프라를 바탕으로 춘천역 역세권 일대와 동면 수열에너지클러스터, 후평일반산업단지, 서면도시첨단산업단지 등을 하나로 묶어 R&D 연구개발특구로 지정하고 기업과 연구기관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15분 해결 미니도시 만들 것”
육 시장은 접견실에 걸린 춘천시 전경 사진을 보며 “지금까진 춘천의 미래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는 시간이었다”며 “춘천역을 중심으로 역세권 개발과 미래 먹거리 분야 기업을 유치하고 사람이 모이게 하는 방법을 실행에 옮기겠다”라고 했다.
춘천은 2030년까지 광역교통망이 크게 확충된다. 춘천~속초 고속철도가 2027년 준공목표로 최근 착공했다. 또 비슷한 시기 제2경춘국도도 완성된다. 이 때문에 인구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춘천 인구는 지난 7월 말 처음으로 29만명을 넘었다. 육 시장은 "재임 기간 춘천을 확 바꿔 2026년까지 인구 30만명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