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신임 총장 최종후보 유홍림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총장추천위원회에 제출했던 소견서의 첫 단락이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인용한 이 문장엔 학문 공동체에 있어 자유가 중요하다는 유 교수의 지론이 담겼다. 총장에 출마하는 이유를 담은 이 글에서 유 교수는 “대학의 생명은 자유”라며 “획일적이고 관료적인 규제와 관행이 우리를 속박하고 있다”고 썼다. 그는 “자발적 유연성을 확보하고, 창의적 융합 교육과 연구의 제도적 기반을 재구축하며, 교육과 연구 현장을 지원하는 효율적 행정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21년만의 사회대 출신 총장
유 교수는 선거 기간 이전부터 ‘대학의 자유’를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지난 6월 중앙일보에 쓴 글에서도 유 교수는 “대학이 자유의 특권을 인정받아야 하는 이유는 기존 지식과 관념을 넘어서는 새로운 질문을 제기하기 때문”이라며 “신뢰와 합의를 무시하고, 소수의 일탈을 막기 위해 전체를 획일적으로 규제하면, 학문공동체로서의 대학은 활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공약에도 ‘자유’…출연금 규제 해제, 겸직 유연화
규제 개혁도 약속했다. 유 교수는 고등교육법 등 서울대 관련 법령과 학칙, 규정에 대한 개혁을 추진하는 ‘자율화와 신뢰 구축 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공언했다. 교원 채용·승진 등에 있어 단과대학에 권한을 더 위임하고, 학교 본부 처장단과 학사위원회 역할을 강화하는 등 교내 조직을 재정비하겠다고 했다. 유 교수는 현재 교육·연구·기획 부총장 제도를 수석·재정·산학 부총장으로 개편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기존 부총장들의 업무는 수석 부총장이 총괄하고, 재정과 산·관·학 협력을 담당하는 부총장들을 신설하겠다는 거다. 교원 겸직도 유연화하겠다고 했다. 현재 서울대 교원은 총장의 허가를 받아 1인당 주 8시간 이내에 겸직 활동을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유 교수는 정부 출연금을 4년 후 연 7200억원 수준으로 증액하고, 특정 연구를 후원하는 목적형 기금을 조성하는 등 발전기금 8000억원을 모금해 재정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이다. 2000억원 규모의 자체 연구펀드를 조성하겠다는 것도 그의 구상 중 하나다. 서울대 총장은 교육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신임 총장은 내년 2월 1일부터 4년간의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