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야당 말살, 맞서 싸우겠다”…尹 연설 보이콧
박홍근 원내대표는 “제1야당 당사를 국정감사 중에 침탈한 것” 외에도 보이콧의 여러 명분을 더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외교 현장에서 국회 야당을 ‘이 xx’로 표현했고, 공개석상에서 종북 주사파를 운운하며 협치 불가를 선언했으며, 전방위 수사로 전(前) 정부 전면 지우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또 이날 시정연설이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설명하는 자리라는 점에선 “정부의 부자 감세와 민생예산 삭감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불참 이유를 댔다.
이후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국회 도착 시각에 맞춰 국회 로텐더홀 계단으로 이동해 검정 마스크를 쓰고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국회 무시 사과하라’‘이 XX 사과하라’‘야당 탄압 중단하라’는 문구의 피켓을 들고 “국회모욕 막말욕설 대통령은 사과하라”고 외쳤다. 의원들 뒤로 당직자와 보좌진도 ‘사과하라’는 큰 팻말을 들고 시위에 참여했다.
약 10분 후 윤 대통령이 국회에 들어섰을 땐 구호를 멈추고 침묵으로 항의했다. 다만 윤 대통령 측 경호원이 민주당 의원들 앞을 가로막자 침묵을 깨고 “어디 국회의원 앞에 서 있어!”, “경호원들 비키세요!”라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 쪽을 힐끗 바라본 후 별말 없이 엘리베이터를 통해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사전 환담 장소로 이동했다. 사전 환담 참석 대상자인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는 항의의 표시로 참석하지 않고 로텐더홀에 남았다.
반면 또다른 야당인 정의당은 본회의장에 전원 참석해 “부자감세 철회! 민생예산 확충!”, “이xx 사과하라!”는 문구의 피켓을 걸고 내부에서 항의했다.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은 시정연설 전 의총에서 민주당의 불참은 “정치의 중단”이며 “민생파탄 파국의 책임은 결국 야당에 돌아올 것”이라며 이같은 방침을 내렸다.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도 연설 참석 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기 의무를 태만하게 하는 건 직무유기”라며 “학생이 숙제하기 싫은 것을 보이콧이라 하지않는다. 혼내줘야하는 것”이라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윤 대통령 시정연설을 거부하고 비공개로 진행된 민주당 의총에선 “더 강경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말이 오갔다고 한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친이재명계 안민석 의원은 “우리도 촛불 집회에 나가자”고 운을 뗐고, 친문재인계 김영배 의원도 “차차 우리도 (장외로) 나가야 할 것 같다”고 동조했다.
약 20분간의 윤 대통령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예결위회의장에만 있던 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이 국회 밖으로 떠나자 다시 로텐더홀로 복귀해 “민생 외면야당 탄압 윤석열 정권 규탄한다”는 구호를 외치고 해산했다.
野 “尹 연설 무성의“…野 “입법독재 임계점 넘어”
김 의장은 “긴축 재정과 초 부자 감세 철회를 요청했음에도 전혀 기조의 변화가 없었다”며 “약 10조원의 민생 예산을 삭감하고 겨우 몇조원을 (복지에) 편성한 걸 ‘약자 복지’라고 하는 게 참 비정하다”고 비판했다. 또 “부수적 국방 관련 예산을 뺀 대통령실 이전 관련(기존 청와대 리모델링 비용 등 포함) 예산만 878억원이고 국정원ㆍ검찰청 등 권력기관에 추가된 예산만 3300억원이 넘는다”며 “결과적으로 민생과 미래는 없고 권력기관 강화만 있었다”고 덧붙였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시정연설 보이콧은 스스로 국민의 대표임을 보이콧한 것”이라며 “169석의 거대 의석을 힘자랑하듯 또 다른 헌정사의 비극을 낳게 됐다”고 했다. 김미애 원내대변인도 “6ㆍ25 전쟁의 전시 상황에서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은 진행됐다”며 “민주당의 시정연설 거부와 본 회의장 앞 피케팅은 민주당의 ‘이재명 사당(私黨)’ 선언”이라고 직격했다. 여권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이재명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헌정사에 없는 일까지 감행하는 야당이 딱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불참이 이 대표 개인을 조여오는 검ㆍ경 수사 때문이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