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심 얻은 수낵, 다시 뜬 존슨…영국 총리, 이르면 오늘 결정

중앙일보

입력 2022.10.2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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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차기 총리로 리시 수낵(42) 전 영국 재무장관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이르면 24일(현지시간)에 보수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79대 영국 총리에 낙점될 수 있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영국에선 집권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다.
 

리시 수낵

23일 BBC에 따르면 수낵 전 장관은 보수당 의원 136명의 지지를 확보했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56명, 페니 모돈트 원내대표가 23명을 각각 확보했다. 현재까지 보수당 의원 357명 중 지지 후보를 밝힌 이는 215명이다. 아직 수낵 전 장관과 존슨 전 총리는 당 대표에 출마하겠다는 공식 선언은 하지 않았다.
 
이번 보수당 대표 경선에선 동료 의원 100명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후보로 등록할 수 있다. 후보 등록 마감은 24일 오후 2시다. 존슨 전 총리와 모돈트 원내대표가 더 지지받지 못한다면 수낵 전 장관만 후보로 등록된다. 존슨 전 총리 측은 이날 “100명의 지지를 받았다”고 했지만, 수낵 전 정관 측은 “신뢰하기 힘든 주장”이라고 했다.
 
후보 등록 마감 시한까지 후보자가 1명뿐일 경우 다른 절차 없이 경선 결과를 확정하기로 해서 수낵 전 장관이 바로 총리가 될 수 있다. 수낵 전 장관이 당선되면 초대 영국 총리 로버트 월폴이 취임한 1721년 이래 301년 만에 첫 비(非)백인 총리가 된다. 그는 인도 펀자브 지방에서 이주한 이민 3세다.


보리스 존슨

수낵 전 장관과 존슨 전 총리는 지난 22일 밤 긴급하게 양자 회동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한 명이 총리를 맡고, 다른 한 명이 내각의 고위직을 맡는 것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텔레그래프는 “보수당 내 분열이 심각한 상황이라 누가 경선에서 이기든 반년 이상 생존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당내 주요 인사들이 수낵 전 장관과 존슨 전 총리에게 단일화 협상을 하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낵 전 장관 측은 존슨 전 총리가 외무장관직을 맡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수낵 전 장관 측근은 텔레그래프에 “존슨 전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면서 “수낵 전 장관이 총리가 되면 국내에서 처리해야 하는 문제가 워낙 많아서 존슨 전 총리가 국제적인 분야를 맡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전례상 존슨 전 총리가 장관직 제안을 수락할지는 확실치 않다. 영국 전직 총리가 그보다 직급이 낮은 장관직을 맡은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드물기 때문이다. 지난 1963년 10월부터 363일간 총리를 지낸 앨릭 더글라스-홈이 1970∼1974년 외무장관을 맡은 것이 마지막 사례였다.
 
존슨 전 총리가 자신의 등에 칼을 꽂은 수낵 전 장관과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수낵 전 장관은 지난 7월 초 존슨 전 총리가 여론 악화로 궁지에 몰렸을 때 재무장관직을 내던져 존슨의 퇴진에 결정적 역할을 하면서 배신자로 낙인찍혔다. 이로 인해 지난 9월 경선에서도 리즈 트러스 총리에 밀려 2위를 기록했다.
 
존슨 전 총리가 동료 의원 100명 이상의 지지를 얻어 수낵 전 장관과 함께 후보로 등록된다면 24일 오후 보수당 의원들의 투표가 진행된다. 이후 보수당 전체 당원들의 온라인 투표 등을 통해 28일 새 총리가 결정된다. 여론조사 기관 유거브가 영국인을 대상으로 지난 20~21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수낵 전 장관이 43%, 존슨 전 총리가 34% 지지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