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대출 연체율 4.7%…부동산 호황기 대비 세배 넘게 증가

중앙일보

입력 2022.10.24 00:01

수정 2022.10.24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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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담당자인 A씨는 요즘 지방 출장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PF 만기나 차환을 앞둔 건설 현장을 찾아 공사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해당 업체 본사를 다시 찾아 독려하기 위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분기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4.7%다. 지난해 말(3.7%)보다 1.0%포인트 상승했다. 2019년 말(1.3%)과 비교하면 세 배 넘게 높아졌다. A씨는 “최근 부동산 경기가 침체한 데다 시행사(디벨로퍼)도 원자재값 인상으로 몸을 사리는 분위기”라며 “신규 유치했다가 연체가 나면 손해가 더 커서 본사 차원에서도 관리에만 집중하라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서울 강남구에서 캐피털사를 운영하는 B씨는 올해 들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B씨는 그동안 주로 소규모 부동산 PF나 담보대출을 취급했다. 하지만 금리가 뛰면서 조달금리가 연 7% 이상 오르고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며 신규 대출은 아예 취급하지 않고 있다.
 
B씨는 “간판만 걸어놓고 이미 진행한 대출이자를 받으면서 만기일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거래 절벽’이라 담보로 잡은 부동산을 처리해 현금화하기도 쉽지 않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신규 PF는 자살행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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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금리에 부동산 시장 침체가 부실 PF의 위험을 키우고 있다. 커지는 PF의 위험으로 채권시장을 넘어 금융업계 전반까지 긴장 모드다. ‘부동산 시행업체→PF 대출→금융업체 수익’으로 이어지는 순환 고리가 삐거덕거리며 ‘줄도산 위기설’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PF는 신용이나 담보를 기준으로 돈을 빌려주는 일반대출과는 다르다. 사업 가치(사업성)가 대출 근거다. 해당 업체가 ‘앞으로 지을 부동산의 가치’를 저마다의 기준으로 평가한다. 금융업체별로 PF 금액이 달라질 수 있는 이유다.
 
게다가 국내에서 PF 없이는 사실상 부동산 사업을 벌이기가 쉽지 않다. 수백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사업비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아서다. PF가 부동산 사정의 ‘시작이자 끝’으로 불리는 이유다.
 
금융업체 입장에서 PF는 짭짤한 수익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전체 금융권(은행·보험·여전·저축은행·증권 등)의 PF 잔액은 112조2000억원이다. 이 중 여전사나 저축은행, 증권 등 비은행권의 PF(83조9000억원)가 전체의 75% 정도를 차지한다.
 
개인 여신이 쉽지 않은 비은행권 입장에서 사업 다각화를 모색할 때 PF는 매력적인 영역이다. 우선 일반대출보다 수익이 많다. 대출금이 수백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데다 이자도 연 10%를 웃돈다. 해당 부동산이 다 팔리고 나면 대출 조건에 따라 30%가 넘는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레고랜드 사태’는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트리거(방아쇠)가 됐다. 2020년 테마파크인 레고랜드 사업 주체인 강원중도개발공사(GJC)가 레고랜드 건설자금 조달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2050억원의 만기가 돌아왔지만 김진태 강원지사가 이를 갚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자금시장이 경색되자 김 지사는 지난 21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도개발공사(GJC)의 변제 불능으로 인한 보증채무 2050억원은 예산을 편성해 늦어도 내년 1월 29일까지 강원도가 상환할 것”이라며 “채권시장의 개별 투자자를 보호하고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조처다. 더는 불필요한 혼란이 없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