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가을과 관련한 순우리말

중앙일보

입력 2022.10.20 00:02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다음 중 충분히 익어 떨어질 정도가 된 열매를 뜻하는 순우리말은?
 
㉠한물 ㉡건들마 ㉢오사리 ㉣아람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이맘때면 밤이나 도토리 등 열매가 익어 저절로 땅에 떨어지곤 한다. 특히 토실토실 익은 밤을 머금은 밤송이가 입을 쩍 벌린 모습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을의 풍요로움과 여유로움이 스며들게 한다.
 
‘㉠한물’은 과일·채소 등이 한창 수확되거나 쏟아져 나올 때를 가리키는 말이다. “요즘 사과가 한물이니 실컷 먹어라”처럼 쓰인다. “그 사람도 이제 한물갔다”와 같이 ‘한물갔다’는 형태로도 많이 사용된다. 이때의 ‘한물갔다’는 전성기가 지났다는 뜻이다.


‘㉡건들마’는 남쪽에서 불어오는 초가을의 선들선들한 바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길가의 꽃들이 초가을 건들마에 춤을 추듯 하늘거리고 있다”처럼 쓰인다. 비슷한 말로는 ‘건들바람’이 있다.
 
‘㉢오사리’는 같은 작물을 제철보다 일찍 수확하는 일 또는 그런 작물을 뜻하는 말이다. ‘오사리 고추’ ‘오사리 호박’ 등처럼 사용된다. ‘오사리 새우’ ‘오사리 멸치’와 같이 해산물에도 쓰인다.
 
‘㉣아람’이 정답이다. 밤이나 상수리 등이 충분히 익어 저절로 떨어질 정도가 된 상태 또는 그런 열매를 나타내는 말이다. “밤송이가 저 혼자 아람이 벌어져 떨어져 내렸다”처럼 아람이 활짝 벌어지는 것을 ‘아람(이) 벌다[벌어지다]’고 한다. 아람이 나무에서 떨어지거나 곧 떨어질 상태에 있는 것은 ‘아람(이) 불다’고 한다. ‘아람’은 수확의 계절에 잘 어울리는 순우리말이다. 상호나 단체명 등으로 더욱 많이 사용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