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산업연구원이 공개한 '원화 환율의 수출영향 감소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환율과 수출의 관계는 세계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이 중시된 2010년 이후로 약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협회 수출입 통계를 분석했더니 2010년 이전엔 실질실효환율이 1% 하락할 경우 주요 산업 수출은 0.71% 증가했다. 하지만 그 후엔 0.55%로 증가 폭이 두드러지게 내려갔다.
제품 가공단계별로는 중간재 수출에서 환율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크게 감소했다. 다만 최종재에 속하는 소비재 수출은 2010년 이후 환율 영향력이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비재 시장의 가격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1차 산품 수출은 환율 변화와 관련이 없었다.
이러한 환율 영향 약화엔 수출 구조 변화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가 저가 품목 대신 기술집약적인 산업 중심으로 발전하면서 가격 경쟁보다는 품질·기술 우위 등 비가격적 요소가 중요해진 것이다. 이차전지·디스플레이·반도체 같은 고위기술 산업군의 수출 비중이 2005년 17.9%에서 2020년 26.3%까지 상승한 게 대표적이다.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생산체계 참여가 확대된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주요 산업 중 디스플레이, 일반기계, 자동차의 중간재 수출 비중은 2000년과 비교해 2010년에 큰 폭으로 늘었다. 보고서는 "기업 내 무역, 해외 생산 등이 환율 변동에 따른 수출 가격 전가 압력을 낮춘다"고 밝혔다. 또한 원화값 하락에 따른 중간재 수입 가격 상승이 기업들의 비용 증가로 이어져 수출 제품 가격 하락 효과를 상쇄시키는 측면도 있다.
산업연구원 이소라 부연구위원은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환율 변동의 영향력 감소는 대외 불확실성이 줄어든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향후 글로벌 분업 구조에 따라 수출과 환율의 관계는 다시 바뀔 수 있다. 취약 기업들을 위한 환율 변동 대비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국내 제품의 기술 고도화와 공급망의 주도적 지위 확보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