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이렇게 오래된 저수지가 점점 심화하는 기후변화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한국의 저수지는 주로 100~200년 빈도의 최대 강수량을 계산해 지어져 있다. 앞으로 100~200년 동안 내릴 가능성이 있는 가장 큰 비의 양을 예상해 이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의미다. 흙으로 둑을 쌓아 갑작스런 폭우 등에 취약한 곳도 많다.
전문가는 농업용 저수지가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시설 중 하나라고 지적하며 적절한 보강을 하지 못하면 인명·재산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경숙 경북대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한국농공학회장)은 “현재 저수지는 노후 시설이 많고,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이수(利水) 기능에 집중돼 지어졌기 때문에 홍수 등을 조절하는 치수(治水) 기능이 부족하다”며 “기후변화로 호우 피해가 점점 커지는데, 저수지는 200년 빈도 강수량을 대비한 설계를 해도 모자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에 대비해 저수지를 보강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둑을 높여 저수량을 키우거나, 저수지에 홍수 조절 기능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현재 대부분의 저수지는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지어졌기 때문에 생활·공업용수 등을 공급하는 다목적 댐보다 규모가 작다. 댐은 방류량을 조절하기 위해 큰 수문이 달려 있지만, 저수지는 저장 기능이 커서 물넘이(요수로)가 상대적으로 작다.
최 교수는 “가능최대 홍수량(PMF·극심한 호우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홍수)을 저수지에도 적용해 설계하고 비상수문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저수량을 늘리면 지역에 필요한 생활용수 등까지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물 자원이 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 저수지에 대한 재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왕신저수지를 찾아 “기왕 복구를 할 거면 비용을 좀 들여서 부가가치를 올리자”고 주문했다.
앞서 농어촌공사는 노후 저수지로 발생할 수 있는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정밀안전진단 등을 실시해 보강이 필요한 저수지에 보수 작업을 시행 중이다. 지난해에는 저수지의 정밀안전진단 의무 대상을 저수량 30만t 이상에서 5만t 이상으로 확대해 소규모 저수지 안전 관리를 강화했다. 더불어 내구연한(70년)이 지난 저수지는 전면 재구축도 추진한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노후 수리시설의 홍수 대응 능력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사안이므로 빠른 속도로 성능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