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월북 포함 연간 5.5명, 탈북자 재입북 3.1명인데…
지난달 통일부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답변자료에 따르면 2012년 이후 10년간 북한을 이탈했다 다시 월북한 탈북자는 31명인 것으로 돼 있다. 한 해에 3.1명 꼴이다. 매년 국감 때마다 월북자, 재입북자 통계는 자주 공개돼왔다. 앞서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단순 월북자를 포함한 2010~2020년 전체 월북자 수는 55명인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서해 사건 관련 피의자들은 이처럼 ‘자진 월북이 비교적 자주 있는 일이어서 북한군이 이 씨를 피격할 것으로 예상하지는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군 합동참모본부와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이 씨가 피살되기 최소 5~6시간 전인 2020년 9월22일 오후 4~6시경 북한 해역에서 이 씨가 발견된 정황을 인지했다. 그러나 안보실장 등 주요 간부들은 북한에 송환이나 구조 요청 없이 대통령에게 서면 보고를 한 후 퇴근했다.
‘피살·소각’ 첩보 삭제에서 무리한 월북 조작 ‘동기’ 주목
그러나 월북이 한 해 평균 5건 이상 있는 일이라면 이 씨의 사생활을 언론에 흘리라고 지침을 준다거나 관련 첩보를 대량으로 삭제하는 등 조치를 할 동기가 부족하다는 의문도 제기된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방부는 이 씨가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지 4~5시간 후인 9월23일 새벽 퇴근한 직원을 다시 불러 군사정보체계(MIMS·밈스)에 탑재된 군 첩보 관련 보고서 60건을 삭제했다. 비슷한 시각 국정원도 46건의 첩보 보고서 등을 삭제했다.
또 만 하루가 채 지나지 않은 2020년 9월23일 오후 3시경, 안보실은 해경에 “선박 CCTV 사각에서 신발이 발견됐고, 이 씨가 지방에서 가정불화 등으로 혼자 거주하는 등 팩트를 반영한 보도문을 배포하거나 기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식으로 전달하라”는 지침을 문자메시지로 내리기도 했다. 해경은 이 외에도 표류예측 분석 결과에서 북측 해역으로의 ‘자연 표류 가능성’을 일부러 배제하기도 했다.
북한이 이미 2020년 8월경 “국경연선(지역) 1~2km 안에 들어서는 경우 사람이나 짐승 등 모든 목표물에 대해 경고하지 않고 이유를 불문하고 사격을 한다”는 긴급 포고문을 발표했고 이것이 언론에도 공개된 점을 고려하면, 이 씨가 피살될 지 몰랐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는 게 검찰 안팎의 분위기다.
與 “문재인 ‘3시간의 진실’ 밝혀야” 공세
검찰은 이날 수사 4개월 만에 장관급 고위 인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해 신병확보에 나섰다. 서욱 전 국방부장관과 김홍희 전 해경청장을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구속영장 청구하면서다. 형법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 적용된다. 허위공문서작성 혐의와 관련해선 해경이 ‘이 씨가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현실도피를 위해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론 내린 후 이 같은 취지로 국회 설명자료와 3차 발표문까지 작성해 국회와 언론에 발표한 점 등이 문제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권에선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 씨 사망 전 서면보고를 받은 후 행적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와 표적감사 의혹 비판이 부딪히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통해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덮고 있는 (이씨 발견 서면 보고이후 피살까지) ‘3시간의 진실’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에 맞서 “권력기관들이 대통령에게 장악된 것은 물론이고 감사원까지 예속돼 정치 감사에 앞장서고 있다”며 정치감사 의혹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