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카카오 '사총사(카카오·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카카오게임즈)'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카카오는 전 거래일보다 5.93% 떨어진 4만8350원에 마감했다. 이날 오전 카카오는 6.61% 떨어진 4만8000원에 개장해 장중 9.53%까지 급락했다. 계열사인 카카오페이(-4.16%)·카카오뱅크(-5.14%)·카카오게임즈(-2.22%)도 하락 마감했다. 판교 데이터센터의 운영에 책임이 있는 SKC&C의 지주사인 SK 주가도 3.64% 하락한 19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네이버는 장중 3.02%까지 떨어진 뒤 하락 폭을 만회하며 0.91% 오른 16만7000원에 장을 마쳤다. 네이버에서도 일부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지만, 카카오보다 규모가 적은 데다 복구가 빨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카카오 사총사, 연초대비 57~80% 하락
"브랜드 프리미엄 퇴색, 성장 동력 확보 차질"
이로 인해 증권가는 카카오에 대한 목표 주가를 하향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카카오의 목표 주가를 10만6000원에서 6만5000원으로,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 목표가를 기존 10만원에서 8만원으로 내렸다.
신뢰가 중요한 은행·증권 등의 금융 사업 영역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다른 계열사와 달리 서울 상암동 LG CNS 데이터센터를 이용하고 있어 서비스 장애 규모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언제 카카오뱅크에 돈이 묶일지 불안해 돈을 인출했다"는 후기가 다수 올라왔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업에 있어 '신뢰'는 매우 중요한 가치"라며 "카카오 사태로 인해 생긴 투자자와 이용자들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주지 못하면 주가는 약세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플랫폼 기업 전반에 대한 '규제의 칼날'이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주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요소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만약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더구나 이것이 국가 기반 인프라 정도일 때는 국민 이익을 위해 당연히 제도적으로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훈 연구원은 "정부는 플랫폼 기업에 대해 '자율 규제'를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이번 서비스 장애를 비롯해 국민의 불만이 높아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며 "규제의 강도가 높아지면 플랫폼 기업 전반의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카카오의 영향력을 재확인했다는 차원에서 반등의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일을 계기로 국내에서 카카오의 영향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 단기간에 카카오를 대체할 서비스는 많지 않다는 점에서 복구가 잘 마무리될 경우 다시 한번 반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