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역 당국은 지난달 26일부로 마스크 실외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마스크 미착용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시행한 지 22개월 만이었다. 의무화 시행 첫날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는 205명. 지난 14일 일일 신규 확진자는 2만 3583명으로 의무화 시행 첫날의 100배가 넘게 늘었지만, 세계 각국 방역 당국은 해외 입국자 격리 규정을 완화하는 등 거리 두기를 더 과감히 풀고 있다. 백신 접종 등으로 치명률이 낮아지고, 사회적 거리 두기 장기화로 시민들의 피로감이 늘면서다.
‘코로나 시대’의 상징물이 된 마스크는 근대 세균학의 발명품이다. 학계는 마스크의 초기 형태인 ‘호흡기(respirator)’가 1830년대 영국 외과의 줄리우스 제프리스에 의해 처음 발명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호흡기는 폐렴 등 환자를 위해 사람이 들이마시는 공기의 온·습도를 조절하는 용도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19세기 후반부터 동아시아 등지에서 폐페스트가 유행하며 감염균 흡입을 피하기 위해 호흡기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 형태와 유사한 마스크는 20세기 초, 만주 지역 의사들이 페스트 감염을 막기 위해 거즈 두 겹을 겹치고, 양 끝에 끈을 달아 코와 입을 가리는 보호 장비를 만들면서 등장했다. 홍 교수는 “‘마스크’라는 명칭은 서양 의사들이 이를 호흡기와 구분하기 위해, 약간은 폄하하는 의미를 담아 붙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1920년대부터 마스크 썼다
황사 등으로 인한 ‘마스크 착용 경험’은 코로나19 시기 한국의 마스크 착용 양상을 크게 바꿔 놨다. 미국 등에선 코로나 발발 초기, 마스크 공급이 부족해지며 자체적으로 면 마스크를 만들어 이웃에게 나눠주는 지역 재봉 공동체가 부상했다. 스카프 등 마스크 대용품을 착용하는 경우도 잦았다.
미세먼지 마스크 착용 경험…‘천 마스크 외면’ 낳았다?
서구권에서 마스크를 쓴 동양인이 폭행당하는 것과 같은 '마스크 혐오' 현상은 왜 일어났던 걸까. 홍 교수는 “미국은 범죄자들이 주로 마스크를 사용한다는 뿌리 깊은 인식이 있기도 했고, 또 코로나19 발발 직후 해외 방역 당국은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한국보다) 훨씬 많이 내보냈다”고 분석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4월 “건강한 사람의 마스크 착용이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는 근거는 없다”는 권고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마스크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의료진의 마스크 수급이 먼저 이뤄져야 했기에 내려진 권고였다. 홍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건강한 사람이 마스크를 쓰는 행위는 이기적인 것으로 비쳤다”며 “거기에 억눌려 있던 타인종에 대한 혐오감이 합쳐지며 폭발적으로 분출된 것”이라고 했다.
홍 교수는 “한국도 해외와 같이 확진자 격리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거쳐 팬데믹 종식을 선언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앞으로도 마스크를 계속 써야 할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했다. 기후 변화 등으로 인수 공통 감염병 발생이 잦아질 것으로 예측되면서다. 홍 교수는 “일회용 마스크 사용으로 폴리프로필렌 등 플라스틱 배출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며 “마스크를 계속 쓰게 될 수 있는 만큼, 생물학적으로 썩을 수 있는 대체 물질을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