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한 번에 2만원씩이고, 엑스레이(X-ray)나 CT 검사까지 하면 8만원도 나가요. 한 달에 20~30만원을 병원비로 쓰고 있어요. 부모님이 있는 친구들과 달리 지원받을 곳이 없어서 그게 제일 막막하죠.”
지난달 광주에서 갓 성인이 된 18세, 20세 청년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들은 모두 성인이 돼 아동양육시설을 나온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들이었다. 취업난과 주거비 상승으로 청년의 독립 시기는 점점 늦춰지지만 자립준비청년은 성인이 되는 동시에 맨몸으로 사회에 던져진다.
“산재 처리 방법 몰라 퇴사하기도”
아동복지법 등에 따르면 보호 아동은 만 18세가 되면 자립준비청년으로 분류돼 시설에서 퇴소한다. 최근 본인 희망에 따라 24세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됐지만 정부의 관리 하에 있는 경우는 드물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 1만2256명 중 1만786명(88%)이 시·도 관리 대상이 아니다. 애초에 정부가 관리 대상으로 12%를 목표치로 잡았기 때문이다.
자립준비청년들은 기본적인 생활에 관한 교육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 상당수가 특성화고를 졸업한 뒤 바로 취업을 하는데, 독립할 준비가 충분치 않다. 김영후(19)씨는 “시설에서 나올 때 금융교육, 집 구하기 강연을 들었지만 자세하게 알기는 어려웠다”며 “(지금 사는) 공공주택 계약이 끝나면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고2 때 보호 종료를 선택한 김모(22)씨도 “주변에는 회사에서 일하다 다쳐도 어떻게 산재 처리를 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몰라 결국 회사 요구만 들어주다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개인마다 자립 수준이 제각각인데 지원 정책은 취업에만 맞춰져 있는 것도 한계다. 올해 경기의 한 대학에 진학한 김씨는 “20살 때부터 대학교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주변 자립준비청년은 다 취업을 해서 진학 준비나 지원책을 몰랐다”며 “공부를 하면서 생활비를 감당하기가 무서웠고, 가장 큰 고민이었다”고 말했다.
지적 기능, 우울증…“시설 밖 관계 필요”
심리적 문제가 있는 경우는 자립이 더욱 어렵다. 경계선 지적기능을 가진 김모(20)씨는 고교 졸업 후 기업 인턴십에 참여했지만 실수가 잦아 결국 정직원으로 전환되지 못했다. 막막했던 김씨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지원으로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카페 창업이라는 꿈이 생겼다.
지난해 2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남아동옹호센터와 창원대학교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경상남도 내 40개 시설 아동 중 약 34.1%가 경계선 지적기능으로 추정된다. 이미호 경남아동옹호센터 팀장은 “(보호 시설로 오는 아동들은) 성장 시기에 가정에서 적절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일반 시장경제 체제에 적응하기 힘들어하기도 한다”며 “시설에서 일자리를 연계해도 1~3개월 안에 그만두는 걸 많이 봤다”고 말했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지금은 만기 퇴소를 해야 받을 수 있는 지원들이 많다 보니 보호 아동이 시설에 머무르는 기간이 평균 10년을 넘어갈 정도로 장기화되고 있다”며 “보호 아동이 시설에 있을 때부터 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주변 어른과의 관계나 네트워크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현주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는 “책임복지가 가장 필요하다”며 “경제적 지원도 정말 필요하지만 그보다 사소한 무엇이라도 물어볼 곳이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