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1일 밤 페이스북에 올린 메시지다. 열 네 글자짜리 이 문장엔 최근 동해 공해상에 진행된 한·미·일 합동군사훈련을 “극단적 친일 국방”이라고 비판한 이 대표의 접근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현재 급변하고 있는 외교·안보 이슈에 과거 역사를 소환해 ‘역사 논쟁’으로 치환하는 방식이다.
이 대표는 최근 한·미·일 군사훈련을 비판하며 “일본은 과거 (북한의)남침 5년 전까지 한국을 무력 지배했던 나라다”(7일), “일본군이 한반도에 진주(進駐)하고, 욱일기가 다시 한반도에 걸리는 일이 실제로 생길 수 있다”(10일)는 식으로 역사 문제를 끌어들이고 있다. 이에 대해 친이재명계 초선 의원은 13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이 대표가 한·일 관계사에 대해서 꿰뚫고 있다. 아픈 역사가 반복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적극적으로 지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역사 소환하는 李의 화법…“독학 시절 생긴 독자적 관점”
사실 이 대표가 현안을 얘기하면서 역사를 소환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자신을 둘러싼 적통(嫡統) 논란이 일자, 외려 자신을 고려 시대 농민 봉기를 일으킨 천민 망이·망소이에 빗대기도 했다. 그는 당시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저는 망이를 지향하는 사람이다. 그 망이는 처형당하고 성공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민주사회니까 서민들이 (적통이나 성골이 아닌) 아웃사이더를 더 좋아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 대표의 화법을 두고 소년공 출신인 그의 불우했던 성장 과정과 연관 짓는 해석도 있다. 친이재명계의 한 의원은 “찢어지게 가난했던 이 대표는 검정고시와 사법고시를 외롭게 공부하면서 틈틈이 역사책을 읽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생긴 그만의 독자적인 관점이 있다”며 “그래서 특정 사안을 마주할 때마다 역사적 사실에 빗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이런 전략이 169석 거대 정당 대표일 때도 유효할진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장 이 대표 강경 발언에 국민의힘을 이완용에 비유하는 메시지부터 ‘정진석 징계안’까지 당 전체가 급발진하고 있다”며 “당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좀 더 발언에 신중해야할 필요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