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8.2% 상승했다. 시장예측치(8.1%)를 상회했지만, 전달(8.3%)보다 상승 폭은 줄었다.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오름세는 둔화하고 있다. 1981년 11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하며 고점을 찍었던 지난 6월(9.1%)보다 낮아진 지난 7월(8.5%)과 8월(8.3%)에 이어 석 달 연속 둔화세를 이어가고 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을 낮춘 건 에너지 가격이다. 지난 9월 에너지 가격은 전달보다 2.1% 떨어지며 물가 상승 압력을 끌어내렸다.
물가 전반의 상승 압력은 낮아졌지만, 걱정스러운 건 근원 물가다. 9월 미국 근원 CPI는 1년 전보다 6.6% 높아졌다. 시장 예측치(6.5%)를 웃돌았다. 두 달 연속 상승세다. 근원 CPI는 1981년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 3월(전년동월대비 6.5%)보다 높아지며 연고점을 갈아치웠다. 전달보다도 0.6% 상승했다.
근원물가는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물가다. 물가의 추세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만큼 중앙은행이 가장 주의 깊게 보는 지표다. Fed가 긴축의 강도와 속도 등을 고민할 때 들여다보는 주요 변수라는 이야기다. 이런 근원 물가가 뛰었다는 건 물가를 잡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근원물가를 끌어올린 주범이 주택 임대료라는 것도 우려를 키운다. 주택 가격은 1년 전보다 6.6% 올랐고, 전달보다는 0.7% 상승했다. 전체 물가에서 40%가량을 차지하는 주거비는 한 번 오르면 좀처럼 변하지 않는 항목이다. 인플레 압력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전달보다 교통비(1.9%)와 의료비(1.0%) 등 경직성이 있는 항목이 일제히 올랐다.
전체 소비자물가는 3개월 연속 내렸지만, 이 역시 국제유가가 재반등하면 하향세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물가 상승세를 약화했던 국제 유가가 들썩일 수 있어서다. 23개국 산유국 연합체인 OPEC+가 다음 달부터 일일 원유 생산량을 이번 달보다 20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하면서 국제 유가는 다시 오르고 있다.
지난 12일 발표된 9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도 불안감을 키운다. 9월 PPI는 1년 전보다 8.5% 상승하며, 지난 8월(8.7%)보다는 다소 둔화했다. 하지만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8.4%)보다는 높았다. 전달보다는 0.4% 뛰며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0.2%)를 웃돌았다.
생산자 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물가가 튀어 오를 가능성도 있다. 미국 노동부는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개선됐음에도 여행, 숙박, 외식, 병원 등 서비스 물가가 뛰어오른 것이 전체 PPI 상승분의 3분의 2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물가가 쉽사리 잡히지 않으며 'Fed 피벗(pivot·입장 선회)'도 요원해질 전망이다. 9월 CPI 발표를 하루 앞둔 12일 공개된 9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Fed는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경기 침체를 각오한 긴축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리고 13일 발표된 물가 지수는 Fed의 이런 의지를 확신으로 바꿨다.
위원들은 “역사적 경험에 비춰볼 때 긴축적 통화정책의 조기 종료는 위험하다”며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너무 적은 조치를 하는 대가가, 너무 많은 조처를 했을 때의 비용보다 더 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잉 긴축에 따른 경기 침체 등의 부작용보다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따른 고통이 더 크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다음 달 Fed의 자이언트 스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실제로 시장 관계자들의 금리 인상 전망치를 확인할 수 있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1월 0.75%p 금리 인상 가능성은 오후 9시 30분(한국 시각) 기준 약 87%에 달한다. 사실상 네 번째 자이언트 스텝을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