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인데, 왜 서리는 비슷하게 내릴까…농작물 피해 늘 듯

중앙일보

입력 2022.10.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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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기온이 영하 1.3도까지 떨어진 12일 아침 강원 평창군 대관령 일원에 서리가 하얗게 내려앉아 추위를 실감하게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을이 깊어가면서 강원도 대관령 등지에는 서리가 내리기 시작했다.
기후변화로 한반도 기온이 상승하면서 농작물 재배 기간은 늘어나고 있지만 서리가 내리는 기간은 달라지지 않아 농작물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조은수 연구원을 비롯한 국립기상과학원과 한국외대 대기환경연구센터 연구팀은 2000~2020년 사이 21년간 서울·인천 등 전국 20개 지점의 서리 관측 자료를 분석한 논문을 한국 농림기상학회지 최근호에 게재했다.
 
지점별로 서리 일수, 첫서리일, 끝 서리일 등의 시간적·공간적 분포 특성을 살펴본 내용이다.
연구팀은 '지상 부근(대기 하층) 수증기로 인해 표면에 고체의 물이 형성된 것'으로 서리를 정의했다. 땅속 수분이 어는 현상인 '서릿발'과 이미 존재하는 물이 어는 '결빙'은 서리에 포함하지 않았다.
 

20곳 중 춘천 104일로 가장 많아

지난달 21일 오전 설악산 중청대피소 인근에 올해 첫 서리가 내려 앉아 있다. 뉴스1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제공)

연구팀 분석 결과, 서리 일수는 춘천이 104일로 가장 많았고, 서울이 45일, 수원 70일, 청주 57일, 대전 78일, 전주 68일, 광주 53일 등으로 나타났다. 서리는 대부분 태백산맥과 소백산맥 서쪽 내륙지방에서 발생했다.


 
태백산맥을 기준으로 서쪽 내륙지역(안동 80일, 대구 33일)의 서리 일수가 해안지역(포항 6일, 울산 21일, 부산 3일)보다 많았다.
또, 인천 36일, 목포 31일 등 해안에 가까울수록 서리 일수가 적고 첫서리일이 늦었으며, 끝 서리 일이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리 일수가 15일인 강릉을 비롯해 동해안 지역은 서해안 지역보다 서리 일수가 적고 첫서리일이 늦었으며 끝 서리 일이 일렀다.
남해안(여수 5일)과 남동해안 지역(창원 9일), 도서 지역(울릉도 1일, 흑산도 4일, 제주 2일)은 거의 서리가 발생하지 않았다.
 
서리 일수에 비해 첫서리일이 이른 지역은 서울·청주였고, 대전은 첫서리일이 늦었지만 끝서리일은 일렀다. 서리 일수에 비해 끝 서리일이 이른 지역은 인천·대구·여수였고, 강릉은 끝 서리일이 늦었다.
 

끝 서리일 매년 0.5일씩 늦어져 

강원 평창군 대관령 농작물에 서리가 내려 있다. 연합뉴스

기후변화로 한반도 기온이 상승하는 추세인 점을 고려했을 때 연도별 추이에서 서리 일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서리 일수가 줄어들거나 첫서리 일이 늦어지는 경향은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끝 서리일은 1년에 0.5일씩 늦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과 최저기온은 매년 0.03℃씩 증가하는 추세인 데 비해 서리 기간이나 서리 발생일은 오히려 늘어나는 셈이다.
 
문제는 기후변화로 인해 농작물의 봄철 싹이 트고 꽃이 피는 시기가 앞당겨진다는 점이다. 발아기와 개화기는 서리 등에 의한 농작물이 동상해(凍霜害·식물 조직이 추위에 얼거나 서리를 맞아 받는 피해)에 취약 시기다.
 
발아기와 개화기는 앞당겨지고 끝 서리일이 늦어지면서 농작물이 서리 재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인천·대구·울산·창원을 제외하고는 잠재적으로 봄철 농작물 피해에 노출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번 연구를 통해 국내 서리 발생의 시공간 분포 특성과 경향을 분석했으나, 드러난 추세에 대해 원인을 밝히지는 못했다"면서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향후 정밀하고 체계적인 서리 관측시스템을 구축하고, 고해상도의 국지적 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논문에 따르면 2001~2013년 사이 연평균 1884㏊의 농경지의 농작물이 서리 피해를 입었다. 2005년에는 1만1188㏊의 피해를 입었다.
 
2019년 5월 7~9일에는 늦서리로 인해 한반도 내륙 및 산간지역에서 사과 꽃눈, 고추 등 7211㏊ 면적의 농작물 피해를 입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