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A(41)씨는 정부의 교원 수급 정책을 이렇게 비판했다. 현실을 반영한 대책을 내놓는 게 아니라 대학들 눈치만 보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게 2018학년도 서울지역 ‘임용절벽’ 사태다. 신규 초등 교사를 전년(846명)의 8분의 1인 105명만 선발하겠다는 발표에 교대생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교육부는 385명으로 늘렸다. A씨는 “저출산에 맞춰 교원수급도 미리미리 조절했어야 하는데, 정부가 교대 눈치 보면서 방치했다”며 “미래의 정원을 미리 끌어다 썼고, 그 피해는 이제 후배들 몫이 됐다”고 지적했다.
학생이 감소하면 교사도 줄이는 게 당연하다. 아니면 학생 감소만큼 줄이지 않고 학생당 교사수를 늘리는 식의 사회적 합의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교육부는 저출산이 심화된지 15년이 지난 2018년에서야 부랴부랴 ‘교원 중장기 수급계획’을 마련했다. 교육부‧국무조정실‧행정안전부‧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가 합의해 마련한 첫 계획이었다. 이전에도 교원 수급 계획을 만들긴 했지만, 교육부 내부에서만 활용해 실현 가능성이 낮았다. 이마저도 문재인 정부 정권의 임기 이후에 감소 폭이 커지게 돼 있어 ‘폭탄 돌리기’라는 지적이 받았다.
학생 수가 예상보다 더 줄자 2020년 7월 계획을 수정했다. 2022년 초등교원을 3380~3580명 신규 채용하고 2023년부터 3000명 내외로 더 줄이기로 했다. 2023년 이후 구체적인 계획은 올해 상반기에 발표하겠다고 미뤘다. 그런데 해가 바뀌자 “2023년에 결정하겠다”며 또 한 번 연기했다. 내년 임용인원을 3000명 내외로 줄이겠다고 공언해 놓고 결국 3561명으로 확정됐다. 서울교대 2학년 B(23)씨는 “대학 입학할 때는 임용고사 준비하면 60~70%가 한 번에 합격해 교사가 됐다고 들었는데, 몇 년 사이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며 “학생 수가 하루아침에 줄어든 것도 아닌데 정부에서 왜 미리 대책을 세우지 않은 건지 모르겠다. 국가가 무책임한 거 아니냐”고 답답해했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전체 공립 교원은 거의 매년 증가해 학령인구 감소와 거꾸로 가고 있다. 2003년 28만5820명에서 올해 34만7888명으로 늘었다. 학생이 250만명 감소할 때 교원은 6만명 외려 증가했다. 최 과장은 “국어‧영어‧수학 같은 교과 교사는 중장기 수급 계획에 맞춰 줄여왔는데, 사서‧영양교사 등 비교과 교사가 늘면서 전체 규모가 줄지 않았다”며 “내년에는 비교과 교사 증가 폭이 줄어 공립교원 수가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교대 구조조정도 절실하다. 2015,2021년 정부의 교원양성기관평가에서 교대는 정원 감축 대상에 오르지도 않았다. 2008년 제주대‧제주교대 통합 후 부산대‧부산교대가 지난해 논의를 시작했지만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조재익 교육부 교원양성연수과장은 “교대와 인근 종합대 간의 학점교류를 활성화해 학생들의 선택권을 확대할 예정”이라며 “교대 정원 조정 관련해서도 현재 TF를 구성해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은 “교육부가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는 큰 그림을 그리지 않고 상황이 닥쳐서야 임시대응으로 나오는 바람에 학생‧학부모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며 “제도‧정책이 바뀌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10년‧20년 후의 미래를 내다보고 그에 맞는 대책을 미리 세우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