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에서 광주를 포함한 호남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80%가 넘는 지지를 보냈다. 더불어민주당의 주된 지지기반 답게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한국갤럽이 지난 4~6일 1002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 못 하고 있다’는 응답은 광주·전라에서 86%로 단연 높았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경험이 없응게 암만해도 그라지 않겠어요. 대통령 해본 것이 처음이라 근다고 했다던디, 뭐만 하믄 책이 잡히드만.” 제사 음식 장만을 위해 시장을 찾았다는 박모(61·광산구)씨는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매우 박한 평가를 내놨다. 그는 “대통령은 잘 모르니까 그렇다 치고, 난 참모들이 더 문제인 것 같더라”며 “무슨 일이 터지면 대통령이 지시해도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고 소신 있게 직언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자리만 지키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명 수사 "정치보복이면 국민 반발" "예외 없지만 야당만은 곤란"
"아파트 수억 빚 내 샀는데 고금리, 정부 해결 못하면 바로 등 돌려"
북핵 위기에도 따로 노는 여야 비판 "국감 보고 있으면 듣기도 싫어"
"정부 지원 약속 매번 안 지켜져" 기업 유치로 일자리 늘리라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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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사법리스크' 반응 각양각색
“개판이잖아요. 재밌습디다.” 매월 당비를 내는 민주당 권리당원이라는 이모(54)씨는 요즘 정치권을 보면 드는 생각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이 하는 것 보면 뭐에요, 나라가 창피하다고 해야 허나. 그렇다고 민주당도 잘한 것은 없잖아요? ‘이재명 사법리스크’ 때문에 당 지지율도 안 오르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이 씨는 “이 대표를 어떻게든 엮으려고 검찰이나 경찰이 여러 건을 수사하고 있지 않으냐”며 “국민이 ‘보복 수사’인지 다 알고 있어서 결국 이 대표는 살아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장동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는 이 대표에 대해선 옹호하는 목소리가 꽤 나왔다. 양동시장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57)씨는 “요즘은 국민이 여론이고 법”이라며 “무리하게 야당 대표를 쫓아내려 했다가는 국민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 8일 오전 서구 고속버스터미널에는 연휴를 맞아 광주를 떠나거나 찾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곳에서 만난 이들 중에는 이 대표에 대한 수사에 대해 다소 다른 목소리도 나왔다.
전남 순천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던 김모(68)씨는 “권력을 쥐고 있는 쪽에서 수사를 엄청 하고 있고 종결된 것도 다시 끄집어내 한다는데 버텨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아닌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느냐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그는 “전혀 근거가 없으면 수사하기 힘든데 검찰이나 경찰이 할 일 없이 그러겠느냐”고 덧붙였다.
경기도에서 근무하다 주말에 집에 온다는 송모(42·남구)씨는 “윤 대통령을 보면 검찰총장 하던 때 보여주던 카리스마를 전혀 못 느끼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당시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이 인상적이어서 공과 사는 확실히 구분하겠구나 하고 기대했습니다. 이재명에 대해서도 수사 할 것은 해야죠. 그런데 잣대를 똑같이 저울에 달지 않고 부인 김건희 씨나 장모 비리 의혹 등 자기 쪽은 수사하지 않으니 문제죠. 차라리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양쪽 다, 국회의원이나 할 것 없이 싹 공정하게 조사하면 좋겠어요.”
회사원 김모(37·동구)씨도 “야당 대표라고 해서 법 앞에 특권이 있어선 안 되니 조사가 필요하면 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야당만 조사하고 윤 대통령 측 사람들은 전혀 하지 않으면 당연히 야당이 반발할 명분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든 야든 민생 비전 없이 싸우기만"
북한 핵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는 것도 경제 위기 전망과 맞물려 불안 요인으로 꼽혔다. 전남에서 벼농사를 하고 있다는 김모(52)씨는 “여나 야나 쓸만한 사람은 없고 TV로 국정감사를 보고 있으면 듣기도 싫다”며 “지금 북한 미사일 때문에 난리이고 일본 상공을 통과했는데 요격을 할 수 있는지도 불투명하지 않으냐”고 쏘아붙였다. 그는 “여야가 안보에서도 한목소리를 못 내던데 이 대표가 ‘친일’을 말한 것은 나가도 너무 나간 것”이라고 했다.
다른 한편에선 거대 야당으로서 민주당이 정부 견제를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회사원 차모(51)씨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보면 무슨 문제가 불거지면 마치 수사기관처럼 파악도 잘하고 최근에도 윤 대통령 발언 논란이 일자 MBC 앞에 몰려가 행동을 하는데, 민주당은 무슨 문제가 터져도 가만히 있는다”며 “여당 하면서 단맛을 봐서인지 입만 떠드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인공지능? 복합쇼핑몰? 못 믿어"
하지만 새 정부의 청사진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전남대 후문에서 만난 박모(50·동구)씨는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정치인들은 해준다고 생색만 내지 제대로 해준 적이 없다”며 “박근혜 정부 때도 차량 100만 기지를 만들어준다고 해서 여기 노인들이 많이 찍어줬지만 결국 해놓은 게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나중에 가면 지자체가 문제여서 어렵다고 할지 모르는데, 지방재정 자립도가 형편없는 처지라 결국 기대로 끝날 때가 많다”며 “여기는 일자리 자체가 없기 때문에 기업을 데려올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대학원생 박모(28·서구)씨는 “요즘 복합쇼핑몰을 만들겠다는 얘기가 많이 들리던데, 실제로 생길지는 두고 봐야 한다”며 “생긴다 하더라도 소득 수준이 높지 않아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민주당도 표밭이라고만 생각하는지 정작 지역 발전에 한 게 별로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