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여러 의견 경청하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2022.10.1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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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11일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해 “우리나라와 미국 조야의 여러 의견을 잘 경청하고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난 윤 대통령은 ‘북한이 전술핵 능력을 갖추고 있는데 우리도 임시로라도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는 질문에 “대통령으로서 이렇다 저렇다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할 문제는 아니다”며 이같이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북핵 위협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며 “굳건한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을 바탕으로 아주 견고한 대응체제를 구축해 잘 대비하고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강정현 기자

이는 5월 23일 미국 CNN방송 인터뷰에서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은 배제했다”고 한 것과 비교해 보면 가능성을 더 열어둔 듯한 뉘앙스다. 대통령실 안보라인에서도 확장억제 확대 방안 중 하나로 전술핵 재배치 카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북한 도발 대비책으로 전술핵 재배치의 우선순위를 끌어올리려는 분위기다. 이를 두고 ‘팃 포 탯(tit for tat·맞받아치기)’ 전략을 기조로 두고 핵에는 핵으로 공포의 균형을 이뤄 평화를 유지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전술핵 재배치론이 여권에서 부상하는 것은 커지는 북한의 연쇄·다층 미사일 도발과 직결돼 있다. 북한은 곧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7차 핵실험 등 전략 도발을 감행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해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5일 페이스북에 “대북 핵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썼고, 같은 날 유승민 전 의원도 “전술핵 재배치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도 전술핵 재배치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당 내부에서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전술핵 철수를 북한 비핵화 카드로 삼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부담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급격히 고조될 수 있다. 남북한 간에 극히 우발적인 사고가 핵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의 강한 반발도 확실시된다. 그래서 미국도 다시 한국에 전술핵을 반입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이런 배경을 의식한 듯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오후 브리핑에서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대통령실의 정확한 입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윤 대통령이 전과 다른 입장을 말했다고 느끼지 않았다”며 “앞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속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런 점을 함께 포함한 것 아닌가 싶지만, 기본적으로 기존 입장과 달라진 것은 없다고 보여진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켜내겠다”고 했었다.
 
한편 도어스테핑에서 윤 대통령은 ‘한·미·일 군사 안보협력 등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완전한 북한의 비핵화라는 궁극적 목표를 끌어내는 데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하냐’는 물음에 “유효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북한 비핵화는 30년간, 1990년대 초반부터 우리도 전술핵을 철수시키고 한반도의 전체 비핵화라는 차원에서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 양국 군사협력 강화에 대한 국민 우려가 있다’는 물음엔 “핵 위협 앞에서 어떤 우려가 정당화될 수 있느냐”고 반문하며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야당에서 ‘친일 국방’ ‘욱일기’ 등의 표현을 써가며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를 비판하는 데 대해선 “현명한 국민이 잘 판단할 것”이라고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