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데 신물 난 국민은 과학 방역을 내세운 윤 대통령에게 큰 기대를 했다. “전문가 의견과 데이터에 근거한 표적 방역(윤 대통령)”이라든지 “전문가가 과학적 근거로 결정(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한다거나, “축적된 빅데이터를 활용해 생산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방역(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라는 식으로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전문가·데이터, 이런 단어에 윤 정부가 말하는 과학 방역의 핵심이 담겨 있다. 이전 정권은 전문가와 데이터가 없는 비과학적 방역이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새 정부 출범 후 지금까지 방역 정책을 보자니 의문이 든다. 정말 윤석열 정부가 전문가와 데이터를 통한 방역을 하고 있나? 사람들 반응은 대체로 시큰둥하다. 마스크 착용, 백신 추가 접종, 경구 치료제 확보, 중증 환자용 병상 확보…. 새 정부는 이런 조치를 이어가고 있는데,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모두 지난 문재인 정부가 썼던 방역 수단이다. 다른 한편으론 방역 거버넌스가 중복돼 비합리적이라는 지적이 들린다. 전문가 의견을 더 잘 반영한다는 게 명분이지만 ‘코로나19 특별대응단’이 질병관리청장이 이끄는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역할과 기능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기대에 한참 못 미친 과학 방역에 대한 실망감은 여론조사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대통령과 정부가 코로나 대응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윤 대통령 취임 직후 80%가 넘었지만 지난 7월 초에는 29%까지 떨어졌다(한국리서치).
과학 방역이라지만 결코 좋은 과학 점수를 주기 어려운 정책도 있다. 실내 마스크 착용 강제가 그중 하나다.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있다가 식당에 들어가는 순간 잠깐 마스크를 쓰고 주문이 끝나면 다시 마스크를 벗는 게 실상이다. 마스크를 벗고 식사하는 식당에서 코로나 감염이 더 빈발했다는 아무런 과학적 증거는 없다. 그런데도 여전히 실내 마스크를 고집하는데, 이게 과연 과학 방역인 걸까.
마스크는 특히 성장기 아동에게 치명적이다. 전문가들은 어린이들이 오랜 기간 마스크를 착용한 환경에서 자라면 언어·정서·인지 발달이 떨어진다고 지적하는데 이런 과학적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왜 아무런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8월 정부가 실시한 전국 단위 코로나19 항체 양성률 조사 결과, 자연감염을 통해 획득한 5~9세 소아의 항체 양성률은 무려 80%였다. 이 연령대는 백신 1차 접종률이 2% 미만에 불과할 정도로 부진했다. 무슨 의미냐면, 자연감염만으로 항체가 생길뿐더러 아무리 마스크를 써도 감염 자체를 막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같은 조사에서 국민 20%는 미 확진 감염자였다. 감염 사실을 아예 모르고 지나갔거나 굳이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될 만큼 증상이 견딜만 했다는 의미다. 또 국민 98%가 항체를 보유하고 있다는 결과도 우리 사회가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날이 가까워졌다는 청신호다. 이런 게 과학이다.
이처럼 한계 효용이 크지 않은데도 새 정부가 여전히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마스크를 벗었다가 자칫 확진자 숫자가 늘면 쏟아져나올 "방역 실패"라는 비난을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일 거다. 하지만 지난 3월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할 당시 전 세계적으로 마스크를 가장 잘 착용하던 한국이 인구 대비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나라 중 하나였다는 사실을 떠올려야 한다. 마스크가 소용없다는 게 아니라 새로운 변이가 출현하면 마스크로는 바이러스 감염세를 막기에 역부족이라서 하는 말이다.
백신도 치료제도 없던 팬데믹 초기와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코로나를 더 잘 이해하게 됐고 이런저런 대처 수단도 이미 확보했다. 더군다나 감염자 숫자까지 빠르게 줄어드는 추세다. 중증화율도 약해졌다. 모든 데이터가 보다 유연한 방역으로 방향을 틀라고 얘기한다. 정부가 아무리 마스크 규제를 풀더라도 건강 염려가 큰 우리 국민 특성상 마스크 쓸 사람은 계속 다 쓸 거다. 그러니 괜한 마스크로 방역의 고삐를 죌 게 아니라 국민에게 설명하고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할 때다. 이게 진정한 과학 방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