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비정규직 위한 회사 '낙하산'...도공 간부들 연봉만 올렸다

중앙일보

입력 2022.10.07 11:55

수정 2022.10.0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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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6월 30일 경기도 성남시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에서 ‘한국도로공사 정규직 전환 민주노총 투쟁본부’ 노조원들이 한국도로공사 용역업체 소속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직접고용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한국도로공사 산하에 설립한 자회사가 기존 도로공사 간부 직원의 ‘낙하산’ 용도로 쓰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학용(경기 안성·4선) 의원이 7일 한국도로공사와 한국도로공사서비스(주)로부터 제출받은 ‘전적자 현황’에 따르면 2019년 12월부터 현재까지 54명의 한국도로공사 임직원이 자회사인 도로공사서비스로 재취업을 했다. 이들은 도로공사 재직 시절 과장 이상 간부급 출신으로 도로공사서비스에선 대부분 팀장급 이상 보직을 맡았다.
 
논란이 되는 건 이들이 자회사로 옮긴 후 처우가 좋아졌다는 점이다. 김학용 의원에 따르면 재취업한 54명이 도로공사에서 받던 평균 연봉은 9080만원이었지만 도로공사서비스로 이직 후 평균 연봉은 1억1000만원으로 약 2000만원 가까이 늘었다. 도로공사 정년은 60세인데 도로공사서비스 정년은 61세로 책정돼 전직자들은 정년도 1년 늘어났다.

 

국민의힘 김학용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문제는 한국도로공사서비스가 애초 만들어진 목적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대선 때부터 비정규직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고, 취임 뒤에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도로공사 요금수납원들은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투쟁했고, 결국 도로공사는 2019년 5월 요금수납원 정규직 전환을 위해 한국도로공사서비스를 설립했다. 쉽게 말해 “비정규직을 위해 만든 회사에 기존 도로공사의 정규직 직원들이 와서 혜택을 봤다”는 의미다.


 
실제 김학용 의원에 따르면 도로공사서비스의 정규직 평균 보수는 4100만원이다. 도로공사 전직자의 평균 연봉이 1억1000만원이었던 걸 고려하면 실제 이들을 제외한 정규직의 평균 연봉은 더 낮을 가능성이 크다.

 
김학용 의원은 “말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자회사를 만들어 놓고, 실제로는 도로공사 기존 간부급 직원들의 낙하산으로 자회사를 이용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도로공사서비스는 한국도로공사 임직원의 영전과 재취업을 위한 창구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