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 대학의 골키퍼였던 카뮈에게 ‘공’은/ 몸을 던져 막을 무엇이었고,/ 후보 선수인 내게 공은/ 어떻게든 만지고픈 무엇이었다./ 공은 그가 기다리는 곳에서 오지 않았다./ 그가 보지 못한 뒤에서 날아온 공이 그를 쓰러뜨렸고,/ 내가 기대하지 않던 친구의 도움이 나를 살렸다.//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공이 오고 가며 게임이 완성된다.’
1915년 미국 작가 앨버트 하버드는 왜소증 배우 마셜 와일드의 부고 기사를 썼다. 신체의 한계를 극복한 점을 높이 기려 “그는 운명이 준 레몬을 집어 들어 레모네이드 가판대를 열었다”고 썼다. 멋진 비유다. 많은 이가 이 표현을 가져다 썼는데, 세계적인 자기계발서 작가 데일 카네기는 이렇게 변주해서 썼다. “레몬이 있다면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 이 명언과 스포츠가 딱히 연결될 만한 게 있을까 싶은데, 최근 멋진 연결고리 하나가 생겼다.
지난달 18일 토트넘 홋스퍼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레스터시티전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지난 시즌 EPL 득점왕인 그는 새 시즌 개막 후 이 경기 전까지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속이 얼마나 탔겠나. 그는 해트트릭 후에 이렇게 말했다. “삶이 우리에게 레몬을 건네면, 해트트릭을 하면 된다.” 단비 같은 골뿐만 아니라, 주옥같은 말까지. 명언 대결이었다면 카뮈가 울고 갔을 정도다.
손흥민은 말을 참 잘한다. 하나 더 소개한다면 자서전 『축구를 하며 생각한 것들』에 나오는 이 말이다. “어제 값을 치른 대가를 오늘 받고, 내일 받을 대가를 위해서 오늘 먼저 값을 치른다. 인생에 후불은 없다.” 어떤가. 이 정도면 어록을 만들 만하지 않나. 현장에서 많은 선수를 인터뷰했다. 대화를 그대로만 옮겨도 기사가 될 때가 있지만, 아무리 찾아도 딱히 건질 말이 없을 때도 있다. 그래서인데, 사랑한다, 운동만큼 말도 잘하는 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