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최대 감산...하루 200만 배럴↓
하루 감산량을 100만~200만 배럴로 예상했던 시장은 '오일 쇼크'에 빠졌다. 산유국이 가장 센 감산 카드를 내놨기 때문이다. 하향 곡선을 그리던 국제 유가는 바로 반등했다. 감산 논의를 앞둔 지난 4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물은 전날보다 3.46% 뛴 배럴당 86.52달러에 마감했다. 감산 결정을 발표한 5일(현지시간)에는 1.43% 오른 배럴당 87.7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100달러 선에 빠르게 다가가고 있다. 브렌트유 12월물은 지난 4일 전날보다 3.31% 오른 배럴당 91.8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5일(현지시간)에는 1.7% 더 오른 배럴당 93.37달러를 기록했다.
비상 걸린 미국, 멀어진 Fed 피벗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 완화로 공급 충격을 해소할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석유개발업체 셰브런이 베네수엘라에서 석유 생산을 재개하도록 제재를 완화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정부가 국제 유가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물가의 흐름을 좌우할 주요 요인이라서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동월대비)이 지난 6월(9.1%) 이후 7월(8.5%)과 8월(8.3%)에 연속 하락한 건 국제 유가 하락의 영향이 컸다. 주거비(6.2%)와 식료품(11.4%), 의료비(5.6%)의 상승세에도 휘발유 가격이 1년 전보다 10.6% 하락하며 물가 압력을 낮췄다.
'인플레와의 전쟁' 중인 중앙은행의 계산은 더 복잡해지게 됐다. 국제 유가가 인플레에 기름을 부어 물가가 재반등하면 Fed는 긴축 고삐를 더 죌 수밖에 없다. 마이클 에브리 라보뱅크의 글로벌 전략가는 "경기 침체 위기로 수요가 줄자, 감산을 통해 공급을 줄이면서 국제 유가가 더 뛰는 이상 'Fed 피벗(Pivot·노선 선회)'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Fed 인사들의 목소리도 강경하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인플레 억제에 단호하게 나설 것"이라면서 "시장의 금리 인하 전망이 현실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도 10월 물가 정점론 멀어지나
다만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세종정부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늦어도 10월에 물가 정점이 올 것이란 '물가 정점론'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 에너지 수입국인 한국의 무역적자가 확대될 뿐 아니라 수입 물가를 밀어 올려 물가 상승 압력도 커진다”며 “여기에 미국의 긴축 완화도 기대할 수 없게 된 만큼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에 속도를 더 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슈퍼 긴축'과 감산에 따른 '고유가'가 맞붙으면서 세계 경제가 더 큰 충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급부족)고유가→고물가→금리 인상→경기 침체'의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유 교수는 "감산 결정 등으로 에너지 가격이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만큼 세계 경제의 부담도 커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