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혜정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기업의) 운전자금 수요가 늘어나면서 순조달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자금순환은 각 경제 주체 간의 금융 거래(자금흐름)을 파악한 것이다. 통상 가계는 저축과 투자로 다른 분야에 자금을 공급하는 순자금운용 부분으로, 기업은 자금을 공급받는 순자금조달 부분으로 파악한다.
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은 회사채 발행에서 은행 대출로 이동했다. 기업이 올해 2분기 은행 등 금융기관 대출로 조달한 금액은 56조4000억원으로 1년 전(49조3000억원)보다 7조1000억원 늘었다. 특히 만기 1년 이하의 단기대출로 조달한 액수는 26조6000억원으로 1년 전(2조3000억원)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문 팀장은 “장기 대출보다 단기 대출 금리가 유리해 기업이 단기 대출 위주로 대출을 늘린 듯하다”고 말했다.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는 8조3000억원으로 1년 전(6조9000억원)보다 1조4000억원 늘었다. 다만 한국전력공사(한전) 등 공기업의 채권 발행이 9조1000억원을 차지했다. 민간기업의 채권 발행(-1000억원)은 오히려 감소했다.
기업이 채권 발행보다 은행 대출로 움직인 건 채권 발행에 따른 조달비용이 많이 늘어난 결과다. 지난해 2분기에 회사채 금리(AA-, 3년물)가 연 1.93%로 기업대출 금리(연 2.69%)보다 낮았는데, 올해 2분기에는 회사채 금리(연 3.87%)가 대출 금리(연 3.63%)보다 높아졌다.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며 기업들이 은행 대출을 받고 있지만, 은행의 기업대출 금리도 최근 꾸준히 오르고 있다. 지난 8월 기준 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기업대출 금리는 연 4.46%로 1년 전(연 3.14%)보다 1.32%포인트 올라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미국의 긴축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기업 성과가 나빠지면서 투자 위험도가 높아지는 등 기업의 차입여건이 개선되긴 힘들어 보인다”며 “자금조달이 어려운 기업은 투자를 줄이거나 인건비 등 다른 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계(개인사업자 포함)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액은 39조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39조원)보다 14조5000억원 늘었다. 가계의 여윳돈이 는 건 자금조달(41조9000억원)이 1년 전(55조6000억원)보다 큰 폭으로 줄어든 결과다. 자산가격 하락과 대출금리 상승이 맞물리며 가계가 대출을 덜 받았다는 뜻이다. 자금운용(80조9000억원)은 1년 전(80조1000억원)과 비슷했다.
가계 금융자산 중 주식 비중은 20% 밑으로 다시 내려갔다. 올해 2분기 기준 주식 비중은 18.5%로 전 분기(20.1%)보다 1.6%포인트 감소했다. 금융자산 중 주식비중은 지난해 1분기(20.3%) 처음으로 20%를 넘어섰지만, 주가 하락 등의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반면 예금 비중은 43.1%로 전 분기(41.8%)보다 2.3%포인트 증가했다.
총금융자산은 지난 6월 말 기준 2경3331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3월 말보다 57조3000억원 줄었다. 주식가격 하락 등의 영향이 반영됐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배율은 2.13배로 전 분기 말(2.19배)보다 소폭 하락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자산(4922조3000억원)은 57조4000억원 감소했고, 금융부채(2311조4000억원)는 40조5000억원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