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알바 기사, 호출료 인상으로 택시대란 해결되겠나

중앙일보

입력 2022.10.05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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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서울역 택시 승강장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잡고 있다. [뉴스1]

법인택시 기사 30% 줄었는데 땜질식 처방

근본적 공급 확대 한계…기득권 개혁 시급

 
정부가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을 내놨다. 밤 늦은 시간에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는 소비자 불만을 달래기 위한 조치다. 우선 심야 택시 호출료 상한액(현재 3000원) 인상이 눈에 띈다. 가맹택시 5000원, 비가맹택시 4000원으로 올려 올해 말까지 시범운영한다. 특정 시간대만 운행하는 아르바이트 택시기사도 허용한다. 낮에는 다른 일을 하다가 밤이나 주말에만 택시 운전대를 잡는 게 가능해진다. 개인택시는 무조건 주기적으로 쉬어야 한다는 규제(택시 부제)를 한시적으로 푼다. 택시기사 취업을 원하는 사람에겐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운전할 수 있게 임시자격증을 준다.
 
현재 택시 시장에선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자 저녁 모임을 갖는 사람이 급증했다. 반면에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택시기사들은 배달 서비스 등 다른 업종으로 대거 이탈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의 법인택시 기사 수는 2019년과 비교해 30%가량 줄었다. 나이가 많은 개인택시 기사들이 심야 운행을 기피하는 것도 택시난을 가중하는 요인이다.
 
이런 사정으로 밤 늦은 시간에 승객들의 불편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서울에서 심야 시간대에 택시를 부르면 배차 성공률은 20% 수준에 그친다. 다섯 번 택시를 부르면 네 번은 실패한다는 의미다. 장거리(30㎞ 이상) 호출 성공률(40%대)은 사정이 좀 낫지만 중·단거리(5~15㎞) 호출 성공률은 10%대에 불과하다. 장거리 승객만 골라 태우려는 택시기사가 많아서다.
 
이번 정부 대책으로 택시 공급을 일부 확대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심야 택시 대란을 궁극적으로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자칫 승객들의 부담은 커지는데 서비스의 질은 나빠질 우려가 있다. 예컨대 아르바이트나 임시 기사들이 충분한 책임감을 갖고 승객에게 안전하고 편안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짧은 시간에 고수입을 올리기 위해 승객 골라 태우기나 난폭운전을 일삼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승객들이 일반 기사와 아르바이트 기사를 구분해 택시를 골라 타기도 어렵다.


중장기적으로는 규제 개혁과 모빌리티(이동수단) 혁신을 통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혀줘야 한다. 기존 업계의 기득권을 건드리지 못하는 땜질식 처방은 한계가 분명하다. 그런데 정부와 정치권은 렌터카 기반 호출 서비스인 ‘타다’를 퇴출하고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의 상륙을 불허했다. 타다의 전·현직 경영진은 최근 2심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타다 금지법으로 서비스 재개는 불가능하다. 국내 택시 시장만 글로벌 흐름에서 동떨어진 ‘갈라파고스 규제 지역’으로 남아선 안 된다. 이제라도 새로운 승차 서비스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