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ㆍ일 "강력 규탄"
미 백악관도 국가안보실 대변인 성명을 내고 '무모한(reckless)', '노골적인(blatant)' 등의 표현을 쓰며 북한의 도발을 "강력히 규탄"했다. 지난 3월까지만 해도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과 관련한 백악관의 성명엔 "외교를 향한 문은 아직 닫히지 않았다", "북한은 협상 테이블로 나오라"는 메시지가 담겼지만, 이날 성명엔 이러한 유화적 수사는 모두 사라졌다.
한ㆍ미, 한ㆍ일 외교장관도 긴급 유선 협의를 열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상과 통화에서 유엔 안보리 차원의 공동 대응 방안을 비롯해 역내외 안보 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한ㆍ미ㆍ일 북핵수석대표 역시 별도 연쇄 통화에서 "북한이 지난달 8일 핵무력 정책 법령을 발표한 이후 도발 수준을 계속 높이는 데에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핵우산' 등 확장억제 강화
한ㆍ미 양국은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에서 4년여만에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재가동한 뒤 처음으로 공동성명을 냈다. 이어 지난달 30일 동해에서 미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 등이 참가하는 한ㆍ미ㆍ일 대잠수함 훈련을 5년만에 실시했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당분간 전술핵 개발과 실전 배치에 집중하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한 듯 하다"며 "한ㆍ미는 이런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확장억제의 구체적인 방안을 합의해 문서화하고, 문서의 존재를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방식 등으로 확장억제의 실효성과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제재 실효성 높이기도 관건
다만 마지막으로 통과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이자 여태껏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꼽히는 2397호가 발동된 지 5년 가까이 지났지만 북한의 핵 능력은 꾸준히 고도화됐다는 한계를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특히 중국, 러시아가 제재의 뒷문을 열어준다는 비판이 꾸준히 나온다.
김진아 한국외대 LD학부 교수는 "대만, 우크라이나 문제로 미국과 각을 세우는 중국,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서 북핵 문제 관련 협조를 해줄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북한이 핵실험을 하더라도 이른 시일 내에 공동으로 메시지를 낸다면 상징적 수준의 성명에 그칠 수 있고, 제재 수위를 실제로 조정하는 건 상당 기간 협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안보리에선 가장 낮은 단계의 공동 조치인 '언론 성명'조차 쉽사리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지난 5월 중ㆍ러는 북한의 ICBM 발사에 대응한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를 거부권을 발동해 부결시켰다. 안보리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일각에선 중ㆍ러를 상대로 과거 이란을 사실상 무릎꿇렸던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개인, 기관 제재)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다만 이러한 조치에 대해선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이 북핵 문제를 두고 중국과 전면전에 나서기엔 외교적 부담이 크지 않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실질적 대북 압박 효과를 낼 만한 세컨더리 보이콧은 현실화하기 쉽지 않고 현 제재 체제는 기존 수준 이상의 효과를 내기 힘든 상황"이라며 "북한이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목표를 향해 달려나가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