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10명에 업체 관계자 45명…‘복마전’
또 경찰은 같은 혐의로 진영국토관리사무소 소장인 D씨(50대·5급) 등 사무소 동료 4명은 불구속 송치했다. 이들 공무원 지시로 허위 준공서류를 작성한 혐의(허위공무서작성 등)로 불구속 송치한 사무소 소속 공사 감리 3명까지 포함하면 관련 공무원은 10명으로 늘어난다.
경찰은 공사 감리 3명을 제외한 A씨 등 공무원 7명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뇌물공여 등)로 공사업체 대표 G씨(40대) 등 45명(낙찰업체 29명·하도급업체 16명)과 법인 36곳 역시 검찰에 넘겼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0년 1월 1일부터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진영국토관리사무소에서 발주한 터널 등에 대한 설계·보수·관리 공사를 계약하면서 낙찰업체에게 불법 하도급을 하도록 특정업체를 알선, 이후 불법 하도급을 묵인한 대가로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다.
A씨 등 공무원 7명은 이 기간 해당 업체에게 약 1억2000만원의 뇌물을 요구했고, 이 중 6500만원 상당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구속된 A씨는 지난해 한 업체에 친동생을 취업시켰다.
공사 낙찰되면 공무원 유착업체에 불법 하도급 줘
공사대금은 대개 A업체가 30%, B업체가 70% 비율로 나눠 가졌다. 이 때문에 A업체는 공사를 하지 않고도 30%가량 공사비를 챙겼다. 70% 금액만으로 공사를 진행한 B업체는 이 중 일부를 진영국토관리사무소 공무원에게 현금이나 PC, 태블릿 등 현물, 골프접대 등 향응의 형태로 제공했다.
공사가 끝나면 진영국토관리사무소 공사 감리는 최초 낙찰받은 A업체가 계약 내용대로 공사를 이행한 것처럼 허위로 준공서류를 꾸몄다. 이처럼 A씨 등 공무원들이 불법 하도급을 묵인한 사업은 총 34건, 73개 터널 공사로 전체 공사비는 약 70억 규모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서류상 낙찰업체가 공사한 것처럼 꾸며놓으면 적발이 쉽지 않다”며 “내부적으로 최고 책임자인 소장부터 과장, 담당자까지 모두 연루돼 있어 사실상 부패방지기능이 상실됐다”고 말했다.
2년간 74개 터널 소방·환풍 설비…‘무면허업체’에 맡겨
경찰은 최초 공사비 중 일부로만 공사하게 되는 불법 하도급이 결국 부실시공과 국고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들 공무원과 공사감리가 터널 입구에 설치된 도로전광표지판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카메라를 설치하지 않았는데도 허위로 준공검사 공모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러한 행위로 2억6000만원 상당의 국고를 손실 시킨 혐의(배임)도 이들 공무원에게 적용됐다.
경찰은 불법하도급 근절을 위해 관련 요건 강화, 처벌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의 ‘제도개선’ 의견을 국토교통부에 냈다. 경찰 관계자는 ”부정부패로 인한 부실시공으로 내 가족을 포함한 전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이와 유사한 사례가 근절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앞서 지난 7월 말 이 사건과 관련해 뇌물수수 혐의로 공무원 1명이 구속되자, 휴가까지 반납하고 진영국토관리사무소를 방문했다. 원 장관은 당시 “공직의 부패행위에 대해서 국민을 위해 발본색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공직자가 업체와 유착하거나 퇴직자와의 연결을 통한 카르텔을 막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강구하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