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산업부가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이후 정부법무공단으로부터 10건의 원전 정책 법률자문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문 정부 시절인 지난해까지 탈원전 추진 관련으로만 7건의 자문을 받았다. 반대로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등 '탈(脫) 탈원전'을 위한 세 차례 자문이 이뤄졌다. 각 부처가 새로운 정책을 진행할 땐 일반적으로 정부법무공단 측에 법적 책임 여부, 적절한 추진 절차 등을 사전 확인한다.
특히 신고리 공사 중단 권고 주체와 절차 등을 의뢰한 법률자문 결과는 2017년 6월 29일 하루 동안 두 번 연달아 받았다. 이날은 문 전 대통령이 탈원전을 선언한 지 열흘 뒤다. 그런데 한무경 의원실에 따르면 산업부는 첫 자문 결과는 없고, 뒤에 받은 최종 파일만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의원실이 사라진 원본을 입수해 대조했더니 문서번호를 달리 붙여 관리해야 할 두 문건은 마치 하나만 받은 것처럼 번호가 똑같았다. 내용을 들여다보니 둘의 법률 자문 결과가 크게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법무공단은 정부조직법과 에너지법에 따라 "산업부 장관은 에너지위원회 심의를 거쳐 공사 정지를 권고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자문했다. 하지만 그날 추가로 보낸 공문에선 에너지법 4조를 새로 끌어와 "(위원회 심의 없이) 산업부 장관도 공사 정지를 권고할 수 있다"고 변경했다. 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고 장관이 알아서 정책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쪽으로 유권 해석을 완전히 뒤집은 셈이다. 공식 절차를 따르지 않고 최초 공문을 무단 폐기했다면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한무경 의원은 "산업부가 심의 없이 공사를 중단하려 법률을 끼워 맞추고 내용 변경도 은폐한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사라진 한전 주주 손배 관련 문건도 내용을 수정한 뒤 폐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신고리 관련 법률 자문 두 건의 내용이 서로 달라진 건 맞다. 하지만 첫 공문 내용을 삭제하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산업부는 같은 해 9월 로펌 두 곳에 신규 원전을 취소·철회하는 처분이 적법한지 외부 법률 자문을 의뢰했다. 신한울 3·4호기 등 신규 원전 6기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고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한다는 내용을 담은 '탈원전 로드맵' 발표(10월) 직전이었다.
하지만 산업부는 위법 소지가 있다는 지적 사항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 탈원전 정책을 강행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외부 법률 자문을 받긴 했지만 그 결과를 따로 공개하는 시스템이 없고, 일부러 감춘 건 아니다. 또한 법률 자문은 참고용이지 정책에 무조건 반영하진 않는다"라고 밝혔다.
한무경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위법성 등을 인지하고도 정치 이념에 따라 탈원전 정책을 강행했다. 법률 자문을 조작·은폐했다면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으로 심각한 국기 문란"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