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텅 빈 민원실
하지만 민원인, 특히 직장을 다니는 입장에선 ‘점심시간 휴무제’가 달갑지만은 않다고 한다. 정부24에서 처리 가능한 민원업무들이 상당하지만, 여전히 인감증명처럼 직접 방문해 떼야 하는 서류도 여럿이어서다. 민원인 A씨는 “반차를 쓰라는 것인지 황당하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점심 휴무’
점심시간 휴무제는 2017년 경남 고성군이 처음 시행했다.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전국공모원노동조합(전공노)과 각 지자체 등에 따르면 현재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56개 이상 지자체에서 점심시간 휴무제를 시행 중이다.
근거는 ‘복무규정’이다. 다만 해당 규정엔 ‘지자체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1시간 범위에서 점심시간을 달리 운영할 수 있다’는 내용이 함께 명시돼 있다. 그간 상당수 지자체에서 점심시간을 교대(낮 12시~오후 1시, 오후 1시~오후 2시)로 운용해온 이유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공무원 노조를 중심으로 “법으로 보장된 점심시간”이라며 ‘휴식권 보장’이 적극적으로 주장돼왔다.
점심시간 휴무제 대한 상반된 시선
부산의 한 구청 관계자는 “요즘엔 민원인들도 (점심시간을 챙기는 문화로) 오히려 오후 1시 이후에 많이들 온다”고 말했다.
반면, 민원인들 사이에선 “다들 직장 업무로 바쁜데 민원 보려고 ‘반차’까지 써야 하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특히 민원인들은 “꼭 낮 12시부터 오후 1시에 다 같이 점심을 먹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반박한다.
부산에 사는 김모(30대)씨는 “공공 서비스인데, 지금처럼 교대로 근무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무인민원발급기나 인터넷(정부24)이 있더라도 차량 등록이나 인감증명 또는 여권 발급, 주민등록증 신청, 복지서비스 상담 등 대면 방식으로 처리 가능한 업무 비중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행안부 “효율적인 민원실 운영 위해 조례 제정해야”
행안부는 민원 처리 여건이 상이한 각 지자체가 ‘조례 제정’이란 법적 절차를 거치면서, 공무원·민원인들의 여러 의견 수렴해 민원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란 취지에서 이 조항을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행안부 민원제도과 관계자는 “시행령의 ‘민원실’ 개념은 본청 민원실뿐 아니라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도 모두 포함된다”며 “내년 4월 이후 점심시간 휴무제를 운용하려면 별도의 조례 제·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만간 표준 조례안 등 관련 내용을 공문으로 각 지자체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했다.
공노조 “또 하나의 규제…휴식권 보장 어렵게 해”
전공노 경남지역본부 관계자는 “민원 업무는 8~9급 등 하위 공무원이 많이 보는데, 이들의 정당한 휴식권 보장에 규제 장치를 하나 더 두는 꼴”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점심시간은 법적 보장 사항이고, 휴무제 운용은 지금도 민원인 의견을 살펴 노사 협약으로 시행하고 있다”며 “이러한 시행령으로 사실상 제동을 거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