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드’는 개인이 별도의 저장공간(솔리드팟)을 통해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개인이 페이스북에 가입할 때 기존에는 이름·전화번호·비밀번호 등 개인정보를 제공하면 게시물과 댓글, 커뮤니티 활동 등 모든 정보가 페이스북 자체 서버에 저장됐다. 하지만 솔리드는 이를 개인이 별도의 저장공간에서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버너스리 대표는 지난 2018년 “지금의 웹 구조를 전복하겠다”며 이 시스템을 상용화하기 위해 스타트업 ‘인럽트’를 공동 설립했다.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버너스리 대표는 옥스퍼드대 퀸스 칼리지에서 물리학을 공부하고 1976년 우등으로 마친 뒤 80년 세계 최대 입자물리학 연구소인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근무했다. 89년 CERN의 정보시스템에서 착안해 세계의 망을 하나로 묶는 인트라넷인 www를 개발했다.
그는 막대한 부를 얻을 수 있는 특허권을 포기하고 www를 비롯해 자신이 개발한 기술들을 전 세계에 무료로 보급했다. 웹과 컴퓨터를 연결하는 프로토콜인 http도 그의 작품이다.
버너스리는 그 뒤 인터넷의 정치 조작과 가짜 뉴스, 사생활 침해 등 자신이 www를 개발할 때만 해도 생각하지 못했던 부작용을 목격하고 디지털 인권 운동에 나섰다. 그는 “나는 거대 기업이 정보와 이익을 독점하고 대중을 감시하며 가짜뉴스가 정치선전에 이용되는 인터넷을 꿈꾼 게 아니다”라며 “누구나 조건 없이 동등하게 웹에 접근할 수 있고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인터넷 독립성과 사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권리장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권리장전’은 정부와 기업, 개인이 인터넷 이용에서 각각 세 가지 원칙을 지키자는 ‘웹을 위한 계약’으로 구체화했다. 정부에는 ▶모든 사람의 인터넷 접근권 보장 ▶인터넷의 모든 콘텐트 이용 허용 ▶시민의 프라이버시와 데이터권리 보호 의무를, 기업엔 ▶누구나 인터넷을 쓸 수 있는 가격 ▶사용자의 개인정보 보호 ▶부작용 방지 기술 개발을, 개인에겐 ▶창작자와의 협력 ▶인간의 존엄성 존중 ▶웹을 위한 투쟁을 각각 요구했다.
서울평화상문화재단은 연내 서울에서 시상식을 열어 버너스리 대표에게 상장과 상패, 상금 20만 달러(약 2억8800만원)를 수여할 예정이다. 염재호 이사장은 버너스리 대표에 대해 “전쟁에 반대하는 소극적 평화를 넘어 개인정보의 통제 등 평화를 억압하는 모든 구조적 제약까지 제거하려는 적극적인 평화를 구현하는 데 크게 공헌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서울평화상문화재단은 각 분야에서 국제평화에 헌신한 인사와 국제단체 등 후보자들을 심사해 서울평화상을 수여해왔다. 역대 수상자 중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전임 사무총장인 코피 아난 등이 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국제구호단체 ‘옥스팜’도 받았다. 국경없는의사회 및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은행 총재 등은 서울평화상 수상 뒤 노벨평화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