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에는 둘이서 긴자의 야키토리(꼬치구이) 집에 가 내가 열심히 당신을 설득했죠. 그것이 사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3시간 뒤에 겨우 고개를 끄덕여줬습니다. 난 이 일이 '스가 요시히데, 생애 최대의 달성'이라고 언제까지나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입니다." 2008년 지병으로 총리직을 내던졌던 아베가 2012년 재도전에 나서게 된 뒷이야기를 처음으로 공개한 것이다.
"중의원 1회관 1212호실 당신이 책상에는 당신이 읽다가 만 책이 한 권 있었습니다. 오카 요시타케(岡義武·일 정치사 권위자·1990년 사망)'가 쓴 '야마가타 아리토모' 입니다. 접어놓은 페이지가 있었는데, 거기에는 형광펜으로 줄을 그은 곳이 있었습니다. 야마가타가 오랜 맹우(盟友·매우 가까운 사이)였던 이토 히로부미를 먼저 떠나보내며 읊은 노래였습니다. 이 노래 구절만큼 지금 나의 마음을 제대로 묘사하는 건 없을 겁니다. '함께 이야기하고, 있는 모든 힘을 다한 이들만 왜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는지요…. 앞으로의 세상을 어떻게 누가 이끌 것인가요'. 아베 총리,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순간 국장 행사장인 무도관에는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엄숙하게 국장을 지켜보던 조문객이 일제히 큰 박수를 보낸 것이다. 이날 4시간 이어진 국장에서 나온 유일한 박수였다.
SNS 등에는 "스가의 추도사에 눈물 났다. 멋지다" "이거 없었으면 국장 완전 망가졌는데, 스가가 살려줬다" 등의 찬사가 쏟아졌다. 정치인의 말에 이런 반응이 나온 건 최근 일본에 없었다.
일각에선 스가가 아베와 자신과의 관계를 이토-야마가타에 대입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스가 또한 아베보다 6살 위지만 아베에 이어 총리를 했다.
그러나 한국 국민 입장에선 식민지 수탈을 통해 일본을 제국주의 열강의 반열에 올리려 했던 이토-야마가타 두 사람의 이름이 아베 국장에 등장한 것, 그에 환호하는 일본의 모습이 씁쓸할 수밖에 없었다.
#2 같은 날 27일 도쿄 금융가 간다 뒷골목에 자리 잡은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 '우즈(UZU)'의 입구에 안내문이 붙었다. "2012년 10월부터 영업을 해 왔지만, 2022년 10월 31일부로 폐점을 합니다. 10년간 많은 손님이 와 주시고, 많은 좋은 추억이 생기고, 많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가 있었습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UZU."
하지만 이곳도 아베의 사망과 함께 이별을 고했다. 28일 이른 아침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게를 찾았다.
실은 2014년 9월 이곳에서 아키에 여사는 본지와 인터뷰를 했다. 당시 아키에 여사는 "1~2년 지나서도 적자면 문 닫기로 남편과 약속하고 시작한 사업"이라며 "남편이 만나지 못하거나 남편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남편에게 전하는 역할도 한다"고 했다.
일본 특유의 '이별의 미학'일까. 아베의 시대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